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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거스러미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20년 09월 16일
독서종료일
2020년 09월 16일
서평작성자
정*진

Contents

나는 불안할 때면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를 뜯는 버릇이 있다. 뜯고, 또 뜯고. 그 자리가 정리될 때쯤엔 항상 다시 뜯어 꼭 피를 보기 때문에 내 손은 항상 엉망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언과 엄마의 삶이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죽은 언니 해언과 비슷하게 성형을 하고, 잠든 막내딸의 모습에서 지극한 고통을 느끼며 다른 얼굴을 찾는 이들의 모습은 새 살이 돋을 틈 없이 딱지를 떼어내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해언과 그녀의 죽음은 커다란 상처로 남아 삶을 좀먹었다.
다언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풀려났던 한만우를 찾아가지만, 그 또한 피해자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해언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정준과 사건 당시 목격자이자 그의 부인인 태림을 찾아가서 그들의 아이를 유괴해 자신의 어머니에게 데려간다. 그녀는 나름대로의 복수를 했지만, 애초에 해언의 죽음에서 기인된 아픔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평생 가슴 시린 기억을 안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언과 엄마가 거스러미 같은 상처를 계속해서 떼내면서 스스로를 아프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해서 떠난 해언의 존재를 다시금 되새기는 행위는 아닐까, 생각했다.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처럼.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상실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해언을 잃은 다언과 엄마, 오빠인 만우를 잃은 선우, 딸인 예빈을 잃은 태림, 한때 그렸던 시인의 꿈을 잃은 상희. 상실은 그들의 삶에서 빈자리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특히 다언과 엄마에게는 더 그렇다. 하지만 삶은 여전히 돌아간다. 빈자리를 두고 삶은 그대로 돌아간다. 쳇바퀴 돌려가듯이 일상은 반복되고, 반복된다. 그래서 어쩔 때는 잠시 덮어두어야 하는 상처도 있다.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다언과 엄마의 삶이 덜 아파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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