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백년동안의 고독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11년 01월 13일
독서종료일
2011년 01월 13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저녁을 반쯤 바쳤을 때 우르슬라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또다시 어디로 가버릴 생각이라면 적어도 오늘 저녁을 우리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기억해다오.” 그러자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 자기의 비참한 상태를 꿰뚫어본 사람은 우르슬라뿐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따. 우르슬라의 피부는 가죽처럼 뻣뻣하게 굳었고 이빨은 썩었으며 색이 바래서 부옇게 된 머리카락은 푸슬푸슬했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었따. 그는 자기의 추억 중 가장 오래전인 어느 날 끓는 국이 담겨있던 냄비가 식탁에서 떨어져 쏟아지리라는 예감을 느꼈던 순간의 우르슬라를 돌이켜보고는 그동안에 우르슬라가 완전히 늙어버렸다고 느꼈다. 어떤 순간에 그는 반세기에 걸친 고달픈 생애가 남긴 자취인 상처와 흠집이 우르슬라의 온몸 이곳저곳에 남아 있음을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상처들을 보면서도 불쌍한 생각은 들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마음속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이 썩어 없어진 흔적이나마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 흔적마저 찾아내지 못했다. 언젠가 한번은 자기 몸에서 우르슬라의 체취를 느끼고 미묘한 수치심을 느낀 일도 있었고 그가 믿는 바가 어머니의 의견과 달랐던 적도 흔히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전쟁에 쓸려 내려가 사라졌다. 그의 아내 레메디오스조차 옛날 자기 딸 또래였떤 한 여자에 대해 아련한 인상으로만 머리속에 희미하게 남았다. 그의 씨를 받아서 해안 지역에 널리 뿌린 수만은 여자들도 그의 가슴속에 있는 사랑의 사막 위에 아무런 느낌을 남기지 못했다. 그 여자들 대부분은 어둠 속에서 그의 방으로 스며들었다가는 날이 밝기전에 떠나갔고 이틑날이면 그 여자들에 대해서는 육체적인 파로감이라는 관념밖에 느끼는 것이 없었다. 시간과 전쟁에 구애받지 않고 그를 지배했던 유일한 애정은 어렸을 때 호세 아르카디오와 나누었던 사랑이었는데 그것도 사랑보다는 공동의식에 더 깊이 뿌리를 박은 감정이었다. “용서하세요.” 그는 우르슬라의 애원을 듣고 변명했다. “이 전쟁이 모든 것을 다 망쳐버렸거든요.” _마르게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中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