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어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족, 반려동물, 사랑하는 이, 나아가 주인을 잃은 글자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상실이 갖는 의미를 돌아본다. 책을 읽으면서 상실에 대한 감정을 단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허전함, 서글픔, 그리움, 공허함, 씁쓸함. 그러나 상실의 결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상실을 겪은 사람의 마음이 바깥세상과 같은 온도일 수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았다.
바깥세상 속 꽃피는 따뜻한 봄이, 누군가에게는 떠난 사람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 시림의 계절, 그리하여 그 온도의 간극이 더 클수록 상실을 경험한 사람의 가슴을 더욱 얼어붙게 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드니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실감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쉽게 내뱉는 한마디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생채기로 남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 중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 나가는데 어느 한순간에 붙들린 채 제자리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나만이 여기에 홀로 멈춰있을 때, 삶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릴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했었나, 나는 무엇을 원했나 떠올려보았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 당신의 계절과 바깥세상 계절의 온도가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나에게는 그 위로가 가장 약이 되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이 혼자 끝없는 겨울 속에 있지 않도록,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