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책의 줄거리를 주인공 애슐리의 세가지 모습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 1. 외톨이 애슐리
이 이야기의 주인공 애슐리는 섬과 본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람선에서 춤을 추는 일로 생계를 연명하며 살아가는 외톨이이다. 섬으로 관광하러 오는 본토 사람들은 애슐리에게 왜 본토로 가지 않냐고 물으면서 은근한 오만함을 내비치고, 섬 사람들은 본토의 외모를 가졌으면서 섬의 전통춤을 추는 애슐리를 은근히 배척한다.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는 어린 나이에 한 이른 결정을 후회하며 끌리듯 본토로 돌아가고, 섬 출신 새엄마를 들인 아빠와, 이복동생 셰인과는 언제나 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가족들이 자신을 떠나 본토로 갈 때도 애슐리는 가족엔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애슐리는 나름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패배감도 입 안에서 오랫동안 굴리면 사탕 맛이 나기 마련이니까.
– 2. 섬의 애슐리
그런 애슐리의 삶은 본토에 미리엄 호가 충돌하고 본토 난민들이 섬으로 떠밀려 오며 바뀌게 된다. 난민들을 도와주던 도중 애슐리는 사진을 찍히게 되는데,그 사진이 전세계에 퍼지게 되면서 이 세기의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자신을 향해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를 몸소 느끼게 된다. 심지어는 축제에서 마을 청년회장인 아투에게 춤 신청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 후 있던 행사에서 연설을 맡은 아투가 카메라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 도중에 애슐리에게 청혼하게 되고, 애슐리는 얼결에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로 아투와 함께 마을을 나다니며 애슐리는 생각한다. 꼬리를 문 거북이로 평생을 살아 왔으면서 앞서가는 거북이인 양 태연한 척을 하고 있다고. 어느 날 밤, 아투는 불이 난 화물선 진화를 돕자며 애슐리를 데리고 배의 곳곳을 둘러보다, 애슐리를 배의 외진 곳에 묶어버린다. 비련의 영웅으로 등극하기 위한 마지막 비극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투는 떠나가고, 애슐리와의 계약을 통해 애슐리를 따라다니던 사진작가 리에 의해 애슐리는 자신의 손목을 묶던 줄을 풀지만, 다시 배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제 끝났어요, 아무도 내 말은 믿지 않을 거에요. 아무도. 거짓말을 하는 쪽은 나라고 할 거예요. 내가 미쳐서 아투를 모함한다고 할 거고, 그러면 모두에게 끝까지 거부당할 거고, 사람들이 나를 역겨워하며 쳐다보면, 그러면……”
– 3. 애슐리
애슐리는 리의 도움으로 섬을 떠나, 본토를 떠나 리의 나라로 가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며 생계를 연연한다. 수족관에서 잠수쇼를 하는 일을 하며 애슐리는 섬에서 온 거북이 무리를 본다. 하지만 어느 녀석도 서로의 꼬리를 물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 뿔뿔히 흩어져 있을뿐이다. 애슐리의 사진을 담은 사진집 섬의 애슐리는 다큐 사진계의 대표 작품이 되었고, 애슐리는 수십년이 지나 아투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에 리에게 먼저 말한다.
“이제 vol.2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애슐리는 마지막에 섬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 애슐리가 아니라고, 닮은 여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할 것을 예상한다. 하지만 아무도 원래부터 그 애슐리가 없었다는 건 알지 못한다.
– 4. ‘섬의 애슐리’에 대한 나의 생각
이 책을 읽고나면 데미안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고 한다.”
애슐리의 세계는 외롭고 견고하다. 친엄마의 부재와, 자신에게 무관심한 거리감이 있는 가족, 그리고 자신을 배척하는 사람들에 의해 은은하게 학습되어 온 폭력은 애슐리를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런 애슐리의 삶을 한 장의 사진과 아투가 구원해주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아투는 자신의 영웅극을 위해 애슐리를 죽이려 하고, 애슐리는 도망치듯 섬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리의 나라에서 홀로선다. 애슐리가 수족관 속의 거북이를 보며 생각한다. 섬과 비슷해 보이지만 수족관 속의 거북이들은 꼬리를 물지 않는다. 흩어져 있을 뿐이다. 결국, 다 홀로 설 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애슐리가 결국엔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깨고 나올거라고 직감했다. 자신의 세계를 파괴하고, 알을 깨고 나온 애슐리는 섬을 향해 날아간다. 애슐리는 섬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것도, 거짓말이라도 치부하며 자신이 애슐리라는 사실을 부정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한다. 하지만 애슐리에게 섬의 애슐리는 이미 깨고 나온 세계의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어렵게 어렵게, 자신의 껍질을 벗은 애슐리는, 더 이상 남들이 추앙했던 섬의 애슐리로, 또는 배척받았던 외톨이 애슐리로 살지 않을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폭력을 극복하고 그냥, 그 자신으로 살아 갈 것이다.
가끔 사람들은 타인들의 말 속에 갇혀서 자신이 당하는 줄도 모른 채 언어의 폭력 속에서 자아를 잃어간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누군가들에게 상처받은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들이 재단한 이미지가 아니라, 있는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 수 있길.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날아오르는 새처럼 옭아매는 폭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길, 자기 삶을 비로소 스스로 만들어 내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