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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피라미에서 용이 되기까지
Book name
저자/역자
사마료태랑
출판사명
한스미디어 2012
출판년도
2012
독서시작일
2019년 04월 08일
독서종료일
2019년 04월 08일
서평작성자
신*철

Contents

무엇이 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나
군에 가기 전 도서관에서 읽던 책이 기억나 다시 읽었다. “그는 어떻게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는가?”라는 도전적인 문구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나라 서점에 가면 대부분 ‘나’에 관한 책들이 즐비한데 비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가문’이며 ‘패왕’이며 집단 중심적이지 않나 하는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도입부터 확 다른 이 책.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나는 조금은 우리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성장배경과 정치라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나라 만고의 역적이자 임진왜란의 원흉이며 원숭이를 닮았다고 한 히데요시를 기억하는가. 어찌 잊겠나만은 그런 히데요시가 주군 노부나가의 복수를 다짐하고 천하를 평정한 뒤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가 이 책의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런데 어찌 안 읽으리오. 마침내 히데요시 진영을 꺾고 진정으로 열도를 통일한 인물 도쿠가와. 그가 가진 매력, 다시 말해 히데요시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그의 성장배경과 정치력이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이에 대한 설득력있는 저자의 견해를 잘 보여준다.

흙수저로 시작해 패왕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두는 요즘 단연 ‘흙수저’일 것이다. 자신이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로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그 생각은 옛날도 별반 다를 바 없었는 모양이다. 주인공 도쿠가와 역시 그랬다. 미카와 깊은 두메산골에서 다케치요라는 아명을 가지고 태어난 도쿠가와에게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난관이 그의 앞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어린시절 곧바로 슨푸의 이마가와 가문에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저자 역시 “소년의 운명치고는 참으로 극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선대의 식민관계에 따라 고작 세살때부터 생모와 이별해야 했으니 그에게 정치적 시련은 무척 가혹했다.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타국에서 자라며 총명함을 경계해야 했고 바보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윗사람들의 경계를 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출생배경이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을 누구보다 참을성 있게 만들고, 자신의 가신들이 생각하기에 보호해야하는 주군으로 그리워하게끔 만드는 타의의 정치력을 만들어주었다. 훗날 이와 같은 성장배경과 정치력이 그가 패왕이 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역경도 지나가나 싶었지만 장성한 청년 도쿠가와에게는 더 강력한 시련이 있었다.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는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자국으로 돌아온 그의 영지 좌우로 강한 영주들이 호시탐탐 자국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점은 아무리 약소하더라도 정직함을 무기로 군사행동에 그가 나선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는 강대국에 둘러쌓여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정직함을 “정직한 척 연기하는, 냄새나는 정직함”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적이 버리고 도망친 성조차 신중함을 기해 신의도 지켜가면서 차지한다. 상대에게 오히려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는 평도 들어가면서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덕심은 순진한 의리로도 비친다. 속국으로서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첫 전투의 두려움을 술로 달래고 주인공은 출정한다. 결국 그는 죽음의 위기속에 말 안장에 똥을 지리며 도망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우직한 모습에 다른 이들은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모습이 여러 주변 영주들에게 그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더라고 의리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게 되어 자신의 영지와 가솔들을 보호받기도 하는 것이다. 순진한 의리로 보였던 것이 자신과 주변 사람을 지키는 최고의 방패가 된 것이다. 주인공의 삶 참으로 비굴하지만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다.

주변의 영주들은 그와 다른 철학을 가진 덕에 결국 용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겐은 건강을 챙기지 못해 병사하고 그의 아들은 자신의 목숨을 더 중시여겨 중요한 상황에도 출정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모습이 가신을 위하는 주인된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지 못해 다케다 가문이 멸망하는데 일조했다. 또 주인공과 동맹이자 주군처럼 비쳐졌던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과 달리 무능하고 겁쟁이인 자들을 업신여기고 적이 될 것 같은 자들의 축하도 거절했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늘 그를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는 후에 반 오다 동맹이 겪고 마침내 혼노지의 변으로 가신에 의해 운명을 달리한다. 대부분의 영주들이 대의를 향한 정의감이 부족했던 탓에 이에야스와 다른 결과를 맞이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들 역시 역사의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이에야스의 도리를 바탕으로 한 대의명분을 더 부각시켜준다.

다만 히데요시는 복수라는 일종의 정의감을 내세워 대명들을 무릎 꿇게 만든 뒤 오다의 세력을 그대로 계승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히데요시 역시 노비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볼때 인내를 배울 만도 했지만 이와 반대로 그는 조급함을 보인다. 항상 남을 의심했고 경계하여 조급해했다. 이에야스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애매하게 행동할지언정 남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자신을 절제해 경계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세력이 힘이 없을 때 배신한 가신들의 과거도 모른척했다. 당연히그들은 이에야스의 충성스런 가신으로 활약했다. 훗날 내부안정을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의 모습에서도 조급함이 보인다. 그에게 대의를 향한 명분은 있었을지라도 인내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에야스를 겐신보다 끈적한 힘을 가진 사람, 신겐의 거만함은 없으며, 정치적 판단과 행위가 켱쾌했다고 평가했다. 늘 타인을 이익으로만 유혹해 자신의 편으로 이끌기 위해 급급했던 히데요시와는 달리 말이다. 도쿠가와는 마침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인내하는 삶, 정의로운 삶
이에야스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도 들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반드시 해야할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그의 삶 역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리 비참하게 시작했더라도 인고하고 또 인고하라고, 죽을 때 이긴자가 최후의 승리자라고. 순간의 역경도 상황도 내 의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정의롭게 행동하라고 말이다. 그래야 결정적인 순간에 적이 적고, 마침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승리하게 된다. 도쿠가와가 겪은 참아야만 했던 어린시절, 주로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력. 그 모든 것이 그에게 거름이되어 마침내 통일 막부의 주인이 되게 해주었다. 훗날 1607년 그의 사과로 히데요시가 망쳐놓은 조선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한 것을 보면 그의 인생에서 배울점이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책 “패왕의 가문”을 추천한다. 특히 자신이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걱정하는 사람일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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