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s

>>
Book Reviews
>
청춘의 문장들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마음산책 2004
출판년도
2004
독서시작일
2011년 01월 13일
독서종료일
2011년 01월 13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김연수의 글을 살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글은 청춘에게 고하는 진심어린 말이 아닐 까 싶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 소중한 것은 스쳐가는 것들이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들이다. 언젠가는 그 것들과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다.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도대체 세상은 사흘 보지 못한 동안에 벚꽃이라네. 라는 시를 읽지 않고 어떻게 봄을 기다린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푸른하늘에도 별은 떠 있듯, 평온한 이 삶의 곳곳에는 죽음이라는 웅덩이가 숨어있다. 우리모두에겐 남아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남은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우리에게 그 일이 반복되는한, 슬픔은 오랫동안 지속되리라. 절대적인 공허. 그 절대적인 충만의 순간. 나는 밤을 사랑한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진 검은 얼굴을 지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그 눈들은 저마다 빛을 낸다. 그 빛 속 하나하나에 그대들이 있다. 외로운 그대들, 저마다 멀리 떨어진 불빛처머 멀리서 흔들린다. 문득 바람이 그대 창으로 부는가, 그런 걱정이 든다. 하지만 그건 멀리 있기 때문에 흔들리는 빛이다. 한때 우리는 너무나 가까웠으나, 그리하여 조금의 흔들림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외로움에 차라리 흰머리로 밤을 밝히려 들었던 그대 그대에게도 어둠이 스며드나니, 부디 슬퍼하지 말기를 어둠은 늘 그대 쪽으로 그처럼 언제나 나도 그대 쪽으로 스며드나니 그렇게 우리는 사라지고, 천 개의 눈을 가진 검은 얼굴만이 남을테니 우리 삶이란 눈구경하기 힘든 남쪽지방에 내리는 폭설같은것 누구도 삶의 날씨를 예보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당신과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가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아마 다른 유형의 인간으로 바뀔 것입니다. 서로 멀리,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돌이 없듯이 같은 유형의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유형일 뿐입니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여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진정 구르는 돌처럼 그렇게 굴러다니다가 낯선 곳에 머무르는 게 삶이란 말인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않는다는데 내마음에는 의문만 잔뜩 끼었다. Like a rolling stone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쉬운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진 것들은 변하지 않고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단 하루가 지난일이라도 지난일이라도 지나간 일은 이제 우리의 것도 ,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고 그 눈빛을 다시 만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발을 동동거리며 즐거움에 가득 차 거리를 걸어가던 그때의 그 젊은이와는 아주 다른 , 어떤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렀기 때문에 우리가 변한게 아니라, 우리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 공허함이란, 결국 새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피해 들어가는 자폐의 세계였던 것이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듯이, 새가 알을 깨듯이 우리는 자폐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계속으로 입문한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그 세계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청춘이란 그런 장면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계절이고, 창문너머로는 북악스카이의 불빛들이 보이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일들을 생각하며,하지만 함께 김광석의 노래를 합창한다. 거대한 물음표..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즐거워하되 음란 하지 말며,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않는 여름날 같은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여전히 나는 사춘기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핀다. 옆잎이 주름지고 또 시든다고 해도 한때 그 푸르렀던 말들이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도 푸르렀던 말이 있었다. 사귀기로 했다. 낯선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그리하여 그 사람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예상 외로 쉬운일이 아니였다. 무슨 말만 하고 나면 아차, 이건 말하지 말걸, 이런 후회가 들었다. 그건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랜시간이 흐른뒤에나 들었다. 보지 않으면 보고 싶었고, 만나면 즐거웠다. 이런걸 사랑이라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거기에는 대단히 중요한 뭔가가 결여돼있는 듯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괴로워지는 어떤 것, 괴로우면 괴로울 수록 감미로워지는 어떤 것, 대일밴드의 얇은 천에 피가 배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스케이트를 지칠수 밖에 없는 어떤 마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가장낮은 곳에 이를렀을 때, 산 봉우리는 가장높게 보이는 법 그리고 삼나무 높은 우듬지까지 올라가본 까마귀, 다시는 뜰로 내려앉지 않는법 지금 겨울이라면, 당신의 마음마저도 겨울이라면, 그 겨울을 온전히 누리기를 , 이제는 높이 올라갈수 있을 테니까.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지니까 난초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니까.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렇게, 그냥 그 정도로만, 그럼 다들 잘 지내시기를.

Full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