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다. 그레고르 잠자는 갑작스레 갑충으로 변해버렸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레고르는 갑충으로 변한 순간에도 직장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는 어색해진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응하려 한다. 자신이 처한 비현실적 사건에 대한 현실감을 인지하지 못한다. 황당한 꿈인 듯 자신에 대한 어떤 위기감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걱정을 우선시한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갑충으로 변한 그를 확인하고는 그를 돌보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그레고르가 그것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레고르는 시간이 지나도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갑충이다. 도저히 인간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모습을한 한 마리의 벌레는 가족인 그들에게조차 이제는 그것으로 불린다. 그것, 인간이 아닌 그저 한 마리의 벌레가 된 것이다. 그것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고 집안의 그들은 기뻐했다. 그들은 그것이 있었던 방을 정리했고 소풍을 떠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릴 적부터 권장도서라는 이름으로 추천받은 스테디셀러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충격적인 내용으로 사회적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것이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들에게 마저 그것으로 불리며 버림 받은 그레고르 잠자. 그는 열심히 일했고 가족을 부양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그저 그것에 불과했다. 녹슬어버린 못이나 볼트처럼 그저 하나의 소모품 마냥 취급했다. 그는 현대화가 불러온 인간소외의 상징이며 대변인이었다. 현재 사회에서는 무수한 그레고리 잠자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레고리 잠자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당신은 과연 그것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