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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선행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인간의 흔적
저자/역자
맥어스킬, 윌리엄,
출판사명
부키 2017
출판년도
2017
독서시작일
2018년 11월 23일
독서종료일
2018년 11월 23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냉정한 이타주의자 (원제: DOING GOOD BETTER)는 남을 돕는 방법들을 알아보고 경제학을 이용해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부분부분 이해가 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고개를 갸웃 하게 만든다. 이는 여러가지 내용들이 분명치 않게 섞여 있어서 그렇다. 지금부터 내가 이해한 바를 나름대로 정리해보겠다.


1. 이 책에서 말하는 이타주의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에서는 이타주의자를 '박애 정신'으로 가득찬 따뜻한 사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선의를 고귀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일로 여기고 이를 추구하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는 사람들의 선의에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좋은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냉정한 이타주의자들에게 선의는 그렇게 숭고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희생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들에게 선의란 성적을 잘 받기위해 공부하고, 게임에서 이기려고 연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은 본인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한다. 본인이 옳다고 믿는 행동을 할때 만큼이나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선의를 통해 올바름을 추구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에게 선행이란 본인들의 목표를 향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그들은 본인들의 선행을 자랑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이는 그런 자기중심적인 선행은 선의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선의는 순수한 이타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순수한 이타심이 동정, 연민 같은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말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불쌍하고 안되보여서 돕는 것이 올바른 선의인가? 그러한 감정은 공감에서 생기고 공감은 자기와 비슷한 이해가능한 존재에게만 생긴다. 내 눈에는 그런 선의가 훨씬 더 이기적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저자와 뜻이 맞아서 신나게 읽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다음 부터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저자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들로 가득한 이 세상 탓이지. 그런데 세상을 탓하는 것 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으니. 뭐, 별 수 있나?


2. 사람들을 돕는다. 더 '잘' 돕는다.


사람들을 더 잘 돕기위한 명분들을 찾아본다. 일단 남을 돕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어떻게 하면 더 잘 도울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당신이 버스를 타고 가고있는데 빈 자리가 하나 생겼다. 버스에는 10분 동안 서서 가고있던 20대와 30분동안 서서 가고있던 20대, 30분동안 서서 가고있던 40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조건 외에 다른 것은 동일하다고 할때 누가 앉아야 할까? 나는 40대가 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40대가 앉을 때의 효용이 제일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예시와 같이 남을 도울 때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은 편익을 줄수 있을지, 즉 어떻게 해야 효용이 최대가 될지 고민하고 행동하자고 말한다. 이 말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약한 소리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내 감정이 그런 걸 어쩌란 말인가?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제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감정을 제어하는 데에는 의지력이 든다. 사람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에게 의지력 이상의 일을 강요하는 건 너무 폭력적인 일이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타적 행동 만이 아니라 모든 선택에 해당하는 얘기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물건을 사기전에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본다. 평가 기관의 보고서를 보기도 한다. 항상 그렇게 신경써서 물건을 사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합리적인 소비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타적 행동도 똑같다. 실제로 우리가 모든 선택을 합리적으로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건 사실이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가지고 탓할 생각은 없다. 인간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인간이 불완전할 때가 아니라 불완전한 것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게 됐을 때 발생한다. 현실을 이해하는 것과 현실을 수긍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모르는게 많고, 쉽게 힘들고 지치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하고, 알기위해 노력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움직인다. 현실의 장애는 앞 길을 막는 벽이 아니다. 우리가 밟고 지나가야할 징검다리일 뿐이다. 징검다리를 지나가려면 발을 디딜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부족함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무자각을 문제삼는 것이다. 나는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3. 그래서 어떻게 잘 도울까?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남들을 도우려고 한다. 어떤 방법이 좋은 방법일까? 저자는 기초 경제학을 이용해서 그 방법을 찾아본다. 먼저 기부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자선 사업이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살펴본다. 생각해보면 되게 당연한 얘기인데 특이하게도 자선 사업에서는 그런 과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순히 발생한 이익이 아니라 그 사업을 했을 경우와 안했을 경우를 비교하여 편익을 계산하고, 수확 체감의 법칙을 고려하여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지 생각한다.


직업 선택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개인의 능력은 돈과 달리 가치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자기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대체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자.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내용에 모두 동의하진 못하겠다. 현실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는 것들 중 대체 가능성이 큰 나쁜일은 그냥 본인이 하는 게 낫다는 것, 감정에 따라 도울 행위를 정하기 보다는 효율을 따져야 한다는 것 (이 부분은 따져 봐야할 요소가 많지만 지금은 생략하겠다) 등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거기에 납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아서다. 최선의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 행동의 편익 × 그렇게 행동 할 사람의 비율)을 계산하여야 한다.


기초 경제학에는 다음과 같은 가정이 존재한다. 1. 모든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2.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경제적 요인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의 선택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작가는 최선의 선택과 적당히 괜찮은 선택 사이의 차이가 너무나도 커서 마음이 이끄는 데로 행동하지 않을 때 생기는 의욕 저하에 의한 자원 상실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기준은 다르다. 나는 많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게 더 효율이 뛰어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여기, 나를 고려했을 때는 말이다.

지금까지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읽고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의견에 동의하긴 어렵고 약간 불친절한 감이 있지만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어차피 책이란 게 저자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려고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의를 하든 비판을 하든 간에 책의 논조를 이해하기는 해야 한다. 나의 정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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