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일과 미래의 일은 후회할 수 없다. 미래는 일어나지 않았고 현재라는 개념은 단순히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편리한 기준선이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나간 일은 언제나 감정을 남긴다. 그것이 때로는 후회가 될 수 있고 영광이 될 수 있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감정은 자취를 남긴다. 그것이 후회든 영광이든 그렇게 인식하게 된 ‘원인’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교훈’이 도출된다. 가령 후회를 남긴 일이라면 그렇게 된 원인을 생각하며 다시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교훈이 쌓이고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어 집필되는 순간 그것은 역사의 한부분으로 남는다. 책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과거의 기록이 보존되기 시작한 이유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다’라고 표현한다. 경험을 통한 교훈이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역사가 교훈을 준다는 말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아니, 달리 말하면 역사가 주는 교훈은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배우고 개선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가까운 주위를 둘러보아도 교훈이라는 단어는 항상 개개인의 실질적인 경험이라는 바탕을 통해 만들어 지는 듯하다. 애초에 사람들이 책과 같은 문화적 차원에서 전해지는 교훈을 제대로 인지하고 실행했다면 이미 세상은 완벽에 가까운 사회를 이루어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처럼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며 사람들은 더 과거의 실수들을 되돌아본다. 이때에 와서야 드디어 우리는 역사와 마주하여 이야기 할 수 있고, 역사가 전해주고자 했던 교훈에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시점에서의 과오와 지금의 문제점을 비교하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그 이전에서 해낸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항상 조심해야한다는 말은 말뿐이다. 사람은 언제나 직접 실수해야하고 그것을 통해 해결 방법을 터득하고 나아간다.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해 보이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다양한 ‘지금’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아니 더 나아가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렇기에 세계를 움직이고 지평선을 확대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