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는 다양한 기술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공지능이다. 이제껏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여겨졌던 물체들과 생산과정들이 인공지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하나로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런 것이 정말 산업의 혁명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잘 와 닿지 않는다. 대신 이러한 산업의 ‘변화’가 종국적으로는 인간의 의식을 ‘혁명’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가령, 최근에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로 인해 인공지능이 쉽게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바둑에서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이겨낸다. 이로써 인공지능이 적어도 ‘변수’라는 외인적 영향이 제한적인 곳에서는 인간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이제껏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없던 상황에서 이러한 인공지능이 던지는 충격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그리고 이제껏 정통하다고 여겨지던 대국 스타일과는 다른 스타일을 가진 전략의 등장이라는 의식의 확장과 또 다른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가미된 자동차, 가전도구들 그리고 번역과 인공장기 같은 기술력은 우리가 운전을 하고 외국어로 된 문서를 읽는 등의 행위를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거나 없애줄 것이고 인간이 그 시간을 또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알파고가 대국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간이 이제껏 이뤄놓은 지식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활용하게 해주고 더 효과적으로 개량시켜줄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현재는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지능화된 기계에 힘입어 사회의 한축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사회는 그만큼 더 다채로운 시각을 가진 곳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은 기존의 체계와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진행될 의식의 혁명에서 우리의 사고가 어떻게 변화할지, 마주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손쉽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인간이 꿈꿔온 사회는 결국은 이루어진다. 책에 적혀 있는 기술들을 공부하는 것도 바람직하겠지만 이미 나온 것을 따라가는 것은 늦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그것에 발맞춰가는 것이 한 발 앞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하사바스가 추구하는 목표를 인용해본다.
“첫째는 지능(intelligence)이 무엇인지 풀어내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 지능을 모든 문제(everything)를 푸는 데 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