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은 잡지에 추천 목록으로 올라왔길래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왜 제목에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가는 걸까? 이 책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적인 책의 느낌이 몽환적이고 판타지적이다.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공감이 갔고 감정이입도 됐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은 사진을 찍어두거나 메모장에 기록해 두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다. 사랑을 과소평가했다. 어쩌자고 이토록 순진하게, 이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고 믿었을까. 사랑이 나의 마음을 찢어놓은 일은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나는 사랑을 하여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섣불리 사랑을 얻으려 했던 내가 가엾어, 울었다.' 이 구절을 읽자마자 너무 마음이 아려왔다. 왠지 어느 때라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나에게 있었던 순간이라고 느껴졌다. 하루에 한 에피소드씩 읽으니 딱 좋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났다. 아마도 아스파라거스는 뜨거운 게 아닌 따뜻한,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부담스럽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고 싶은 책. 맨 마지막 에피소드는 이어지는 형식인데 국경에 관한 이야기다. 국경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갑자기 파티에 초대를 받고 음식점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나도 일상 속에 살고 있지만 한 번씩 그런 문구가 생각난다. '조금 미쳐도 괜찮아.' 우리는 다들 미쳐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그 성향을 숨기고 있을 뿐. 내 일상에 생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나 또한 그런 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