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한국 사람들은 주로 만주 지방이라고 하고, 중국 사람들은 동북 지방이라고 한다. 이 지역이 예전에는 우리 민족이 주로 활동했던 영역이지만 현재는 중국이 실효 지배를 하는 관계로 한국과 중국 역사 학계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역사 교육을 받을 때 만주 지역에서 주로 활동 했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부여 등의 왕조를 우리 민족의 역사로 배운다. 반면 중국은 현재 중국의 영역 안에 있는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고 가르쳐 우리가 한국사의 영역으로 알고 있는 왕조의 역사를 하나의 지방사로 간주한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는 한국사로 보지만, 이 책을 읽고 중국인의 만주 지방에 대한 인식을 잘 알 수가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쑤쑤라는 중국인은 동북 지방의 시골에서 태어나 작가 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동북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자기의 문장력으로 창조적으로 잘 표현했다. 이 책의 지은이와 추천한 사람은 이 책을 남성적이고 거친 동북을 여성의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냈다고 했는데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역사하면 남성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여성 작가가 쓴 역사 답사기를 보니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기행기인 관계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역사 교과서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가 직접 동북 지방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역사와 주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지방의 자연은 어떤지를 잘 서술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로 그 지방을 여행한 거 처럼 느끼게 해준다.
책의 첫 부분에는 고구려, 발해 등 우리가 한국사로 보는 왕조의 역사와 우리 민족과 같이 활동한 여진족, 만주족의 역사인 금나라, 청나라의 역사를 유적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왕성이었지만 지금은 건물의 흔적만 남은 유적의 설명을 보니 역사의 흥망성쇠가 더욱 잘 느껴졌다.
그 뒷부분에는 청나라 말기 러시아와 일본이 동북 지방을 침략을 할 때 그 지방에 살던 중국인이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중국인이 한국인 만큼 반일 감정이 심한데, 청일 전쟁 때 뤼순 지방에서 일어난 일본군에 의한 학살 장면을 쓴 글을 보고 그 이유의 근원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중국이 지금은 평화적으로 굴기를 한다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청나라 말기의 중국의 굴욕적인 역사를 중국인이 절대로 잊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우리도 과거를 거울 삼아 미래를 대비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된다는 생가기 들었다. 그리고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동북지방을 언젠가는 꼭 한번 가서 작가와 같은 느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