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메말라 갈때 5월의 단비처럼 마음을 적셔줬던 문구. 비교적 적은 문자와 간단한 삽화가 그려져 있지만, 내용은 알차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인지 작품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20년 20일을 보냈어도 저자의 성품은 변한지 않은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기에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거겠지. 교도소 생활이 끔찍한 경험이 아닌 인생학을 배우는 대학생활 이었다고 말하는 배포는 어디서 온 것일까. 갑자기 찾아온 불행 앞에서 저항하고 분노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수행자다운 모습은 그의 선천적인 품성 때문일까. 처음이었을거다. 고문을 받는 것도, 가족들을 아프게 하는 것도. 그 처음에 겪었던 고통, 인내, 좌절, 분노라는 것들을 글을통해서 사유를 통해서 정화하지 않았을까. 한 여름 곁에 있던 동료를 37도의 열덩어리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던 이야기는 정화되기 이전의 감정이지 않았을까. 저자의 필담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것은 생생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앓고 난 뒤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그 전과 다르다. 하물며 20년이상을 앓고 난 사람의 세상은 어떠하겠는가.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덜 아픈거다. 처음처럼 살아갈 수 있는 용기. 처음처럼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