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학과에 재학 중으로써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직업은 조향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랬기에 더욱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꺼내볼 수 있었다. 향수에 관한 과학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스메스의 조향사 장 끌로드 엘레나의 일기를 엿보는 식의 내용이었고 이를 통해서 한 조향사의 일과와 조향사에게 있어서 향수의 의미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 없는 소소한 하루에 관한 일기도 보며 작은 것에 행복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책 디자인과 책 속의 사진 글자크기 등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유롭고 세련되게 하였고 나는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읽고 나서 그의 삶과 생각들을 알게 된 후로 그가 만든 향수들을 직접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향수의 냄새를 맡을 때 뭐가 좋은 향인지 좋지 않은 향인지 구분도 못하는지라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한 사람이 그의 인생을 담아 만든 향은 무슨 향일까 궁금해지고 나에게도 그 향을 뿌리면 새로운 사람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는 '주제나 이미지가 향수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향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향수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엘레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향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는 아직 백퍼센트 공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구든지 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향수를 대신하여 넣는다면 그 문장은 언제나 성립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