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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를 통해 엿본 조선 선비의 기개
저자/역자
최부
출판사명
알마 2009
출판년도
2009
독서시작일
2016년 08월 19일
독서종료일
2016년 08월 19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어느 날 망망대해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표류하게 된다면? 이건 파이가 아니라 조선시대 선비였던 '최부'의 이야기이다. 최부는 성종 때의 관료로, 1487년에 관직을 임명받아 제주도에 갔다가 이듬해 부친상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리해 배를 띄웠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고, 약 14일을 바다 위에서 표류하면서 가까스로 살아나 중국 강남 일대에 닿게 된다. 이후 여러가지 고난을 겪으며 북경을 거쳐 130여일만에 다시 조선 땅을 밟게 된다. 최부가 이때의 경험과 중국에서의 견문을 정리해 성종에게 올린 일지 형식의 보고서가 바로 표해록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방대한 양의 표해록 전문을 큰 줄거리를 살려 간략하게 정리한 것인데, 다 읽고 나니 생략된 원문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표해록 속 최부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부는 망망 대해에서도, 해적을 만났을 때도, 왜구로 의심받으며 중국인들의 눈초리를 받을 때도 언제나 침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크게 동요하는 일행들을 진성시키고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설명하고 용기를 북돋는다. 그 옛날, 나무로 만든 배에서 식량이 떨어져 귤 한쪽을 나누어 먹는 상황에서 최부 자신과 일행 마흔 세 명까지 모두 생존해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최부의 리더십도 한 몫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력이 대단하다.

 또한 상례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상복을 고집하는 모습이라던가 난처한 상홍에 몰렸음에도 중국 관료 앞에서 결코 비굴하게 굴지 않고 오히려 수와 당을 물리친 고구려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선의 이름난 인물들에 대해 말하는 등 조선 사대부로서 긍지를 보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 중간 중간 틈틈이 기록한 것들을 종합해서 표해록을 썼다고 하는데, 고난의 연속이었던 그 와중에 기록을 남기다니. 또 하나의 대단한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떠오르며 이쯤에서 가희 우리나라는 기록의 민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덕분에 오랜 시간 전의 이야기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지금 내가 만나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요즘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국가 대표 선수들을 보며 이 조그만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저력이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표해록을 읽으며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때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특유의 DNA가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서 발현되고 있는 건지도… 생각하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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