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로 쓰인 그림은 스페인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이 그림을 보고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남자는, 오른쪽에 있는 난쟁이 시녀를 보며 아름답지 않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 시녀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여자와 많이 닮아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가운데 있는 그림의 주인공인 마르가리타 왕녀 역시, 외모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성이다.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이루어지던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 때문에, 왕녀의 턱은 심한 주걱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고개를 떨구며 다니곤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왕녀를 딸처럼 사랑하던 벨라스케스는 항상 왕녀를 미화된 얼굴과, 한쪽으로 치우친 각도로 그렸다. 왕녀 역시 근친혼을 하게 되어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출산 중 생을 마감한다.
벨라스케스의 사후 그려진 마르가리타 왕녀의 초상화는 주걱턱이 온전히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왕녀를 그린 화가는 벨라스케스처럼 왕녀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벨라스케스는 왕녀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에 예쁘게 그린 것이 아니라, 그러한 단점들이 정말로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한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그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