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어휘를 제목으로 두는 이 책은 내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나온 것이다. 어떻게 방향이 잡혀서 이야기가 흘러갔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책의 내용과 엇비슷하게 개인이 다수를 관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것이 조직의 간부와 조직원을 거쳐서 감옥의 죄수와 간수로 넘어간 것 같다. 그 친구는 그 때 <파놉티콘>이라는 책을 기억해냈고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추천까지 받아서 그 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한창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쓰여진 책을 읽으며 죄수들의 관리가 고작 주의를 갖게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반사회적 행동들을 효과적으로 제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끌고 올라가는 것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감옥의 설계 자체가 그런 류의 생각을 모두 집약한 것인만큼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벤담은 감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사회에 걸맞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었고, 아직까지 남아 우리 사회에 적용되고 있는 그 원리가 인상 깊었다.
'파놉티콘'의 원리를 읽으면서 소수가 제도와 구조의 치밀함을 이용하여 다수를 효율적이고 생산적, 그리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소름이 돋아 전율을 하며 읽을 지경이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지금껏 들었던 여러 성공적인 관리자들의 일화(대표적인 예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사원들의 복지정책 등의 무수한 것들)가 이 책의 내용과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에 빠져들어서는 얄팍한 두께의 묵직한 이 책을 꽤 오래 잡고있게 되었다.
'파놉티콘'이라는 관찰자, 그러니까 관리자만을 위해서 설계된 하나의 구조를 읽으면서, 나는 우리 주변에 드문드문 설치되어있는 CCTV와 그 모형, 그리고 그것이 설치 되어있다는 표지판이 떠올랐다. 가령 후미진 골목이던 대형마트던 고속도로던 그 셋 중에 어느 하나라도 있다면 해당하는 구역에서의 쓰레기 투기율이며 절도며 과속이며 모두 줄어들게 된다. 이 예를 파놉티콘이라는 구조물의 원리에서 떠올렸으며, 이 책의 내용이 여전하게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