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마주한 건 교보문고의 책장이였다. 흔한 세계문학 시리즈의 하나로 꼽혀 있던 책이였다. 제목에서 느낀 감정은 '전쟁을 이끈 영웅'정도 였다. 당차게 읽기를 거부했던 기억이 있다. 2013년 또 다시 위대한 개츠비를 마주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였다. 평소 좋아했던 배우라 영화를 보았고, 꽤나 충격적인 스토리에 한동안 영화관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책을 보지 못한다 했던가. 책의 섬세한 문체가 궁금했음에도 망설이고 망설였다. 그리 망설인게 어언 3년이 흘렀고, 이번 독서릴레이를 통해 용기 내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라 읽기에는 편했으나 역으로 방해도 되었다.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내 상상속 개츠비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니였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책이 아니다. 개츠비의 친구인 닉에 의해 서사가 흘러간다. 그로 인해 이야기를 넓게 읽게 되는 느낌이 좋기도 하지만, 개츠비와 데이지를 가까이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 안타깝다. 그들의 이야기가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미리 언급해버렸지만, 데이지와 개츠비의 이야기가 심장을 두드리는 책이 위대한 개츠비다. 물론 그 이면에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지금만큼은 데이지와 개츠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들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는 팬으로서 말이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책의 시점으로부터 5년전에 처음 만났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서로를 원했고, 데이지의 집으로 간 개츠비와 데이지는 하나가 됨으로써 서로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개츠비가 떠나게 되고, 기다림을 견디지 못한 데이지는 톰 캐뷰넌과 결혼하게 된다. 같은 여자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아니였다. 5년이라는 시간은 길고, 돈 많은 톰 캐뷰넌의 선택을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를 사랑도 했으니 말이다.
개츠비는 돈을 모았다. 어마어마한 돈으로 큰 저택과 파티들이 그의 집에서 열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왔으나 정작 그의 초대를 받고 온 사람은 없다. 그저 즐기러 오는 것이다. 이때, 닉은 유일하게 개츠비의 초대를 받은 사람이다. 초대를 받아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 그는 데이지와 자신을 만나게 해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5년을 기다린 두 사람에게 그 만남은 어찌나 설레었으며 기다려왔을까. 특히 개츠비는 말이다. 그렇게 둘은 만나게 되었다. 그 만남을 이어갔다.
158쪽
그가 원하는 것은 데이지가 톰에게 가서 “난 당신을 결코 사랑한 적이 없어요.”하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 말로 지난
삼 년의 세월을 말끔히 지워 버리고 나면 그들은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그녀가 자유로운 몸이 되면 함께 루이빌로 돌아가 그녀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마치 오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그 만남을 이어가며 느낀 개츠비의 마음이다. 좀처럼 책에서 개츠비의 마음을 솔직히 말한 대목이 없었는데 이 대목은 아주 명백하게 개츠비의 마음을 말해 준 대목이였다. 책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개츠비의 집과 그 모든것은 데이지가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그 모든것이 데이지를 위한 것이다. 마치 문장의 마침표처럼 말이다. 그런 그가 원한건 그녀의 '사랑'이였다. 톰에게 사랑한적이 없다고 말하기를 어찌나 기다렸을까.
170쪽
“누구 시내 나갈 사람 없어요?” 데이지가 끈질기게 보챘다. 개츠비의 시선이 그녀 쪽으로 옮겨갔다. “아! 당신 정말
멋져보여요.”그녀가 외쳤다. 두 사람의 서로 눈이 서로 마주친 순간 그들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듯 서로를 응시했
다. 그녀는 힘겹게 시선을 식탁 아래로 돌렸다. “당신은 언제나 멋져 보여요.”그녀가 뒤풀이해 말했다. 데이지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었고, 톰 뷰캐넌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개츠비가 원한 직접적인 '사랑'의 말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런 데이지의 말에 그가 웃었을 것이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에게 그녀는 전부이니 말이다. 이런 그에게 절망은 닥쳐온다. 데이지를 대신해 누명을 뒤집어 쓴 그는 누가보아도 슬퍼보이지 않았지만 절망은 다가왔다. 개츠비가 살해했다고 생각한 윌슨은 그를 죽이고 만다. 데이지는 이미 그를 떠났다. 그의 장례식장은 파티와 정반대였다. 삭막하고, 조용했다. 닉이 말했듯이 말이다.
그에게 위대함은 없다. 그는 바보다. 가슴이 쓰라릴만큼 그가 안타깝기 그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에게 그는 위대했다. 데이지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들은 데이지를 꺼려한다. 싫어하기도 한다. 어떻게 개츠비를 저리 버릴 수 있냐고 말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데이지를 미워했고, 욕했다. 그러나 과연 그녀는 개츠비를 이용한걸까? 내가 그녀가 끝까지 밉지 않은 것은 바로 그녀가 결혼 전 개츠비의 편지를 받고 결혼하지 않겠다며 울었던 장면을 보고 그녀가 그리 밉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이용했다고 할 수 없다. 그녀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개츠비에게 더 끌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데이지가 있어야만이 성립된다. 결국, 개츠비는 그 무엇도 데이지 없이 성립될 수 없는 긴 문장에 불과했다. 개츠비의 인생에 다음 생이 또 주어진다면, 꼭 짧은 문장이길 바란다. 마침표가 조금 더 일찍 문장 옆에 찍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