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시절 사회과목 선생님은 수업시작 전 늘 신문사나 잡지사의 이슈들을 읽어주셨다. 그 당시 선생님이 읽어준 기사 중에는 간디가 아시아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 때 부터 나는 간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간디가 자서전을 쓰는 동안 곳곳에 아힘사, 즉 비폭력을 외치고 전파하고자 노력했으며 아힘사의 실천을 위해 세상 그 누구보다 노력하였다. 그러나 간디는 진리의 완전한 모습은 아힘사가 완전히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기에 자신의 아힘사적 노력은 항상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고 고백했다. 그러다보니 간디의 자서전은 자신이 아힘사의 정의보다는 그것을 얻기 위한 실험을 하는 과정을 더 많이 담았다. 그래서 완성된 간디의 자서전에는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이다.
간디는 자신의 성장기에 유학 당시 탈선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아힘사적 교육의 의미를 또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도 어린 시절에 간디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의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친구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얼굴을 할퀴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나의 깡은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그 날 방과 후에 그 친구와 친구의 아버지께서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친구의 얼굴은 곳곳에 연고를 발라 번들거리는고 있었고 그 아래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친구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뒤에 숨어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께 언성을 높이시며 사과를 요구했고 상대적으로 다친곳이 없었던 나는 사과를 해야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절대로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싸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웬일인지 내 말보다는 친구의 아버지 이야기만 듣고 사과만 하셨다. 그날 저녁 나는 어머니께 혼날 일만을 기다리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막을 깬 어머니의 말씀은 나를 긴장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정확히 왜 싸우게 되었는지, 내가 왜 그 아이에게 손을 올리게 되었는지 차분히 물으신 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 하시며 용서를 해주셨다. 평소에 우리 집은 너무 엄격해서 혼나고 벌을 서는 일이 허다했는데 이날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 어렸던 그 시절, 간디가 아버지로부터 느낀 아힘사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편 간디의 자식은 아들만 4명이 있었는데 그 중 큰 아들 '하힐랄'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효자였다. 탈선을 일삼고 술을 좋아했으며. 아버지의 독립운동 또한 하힐랄 만이 함께하지 않았다. 간디는 아들 하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함에 평생을 괴로워했다. 결국 하힐랄은 40년이 넘도록 알코올 중독으로 병치레를 하다가 간디가 죽은 뒤 곧장 아버지를 뒤따랐다. 간디의 자서전에는 이렇듯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가정사를 담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간디가 아닌 하힐랄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그저 노는 것이 좋고, 술 마시는 것이 좋은 젊은이라면, 투쟁을 하며 트러블을 몰고 다니는 아버지가 이해 할 수 없는 자식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동네방네 내 딸이 이래요 저래요 욕을 하고 다니는 아버지라면 아무리 그가 훌륭한 분이라 한들 그저 존경하고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관점은 아직 내가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식이든 부모든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해볼 필요 또한 반드시 있다.
>간디의 자서전을 읽는 내내 자신의 일생의 하이라이트만을 쓴 것이 아니라 실험의 연속이었고 고난과 역경이 가득했던 삶이었음을 보여주어 나로 하여금 지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간디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내가 지난 30년 동안 원하고, 성취하고, 싸우며 애써온 것은 자아의 실현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이자 구원에 이르는 것이다.” 라며 진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들을 이야기 한 것이다. 간디의 자서전을 접하기 전에는 그저 자국민을 위해 비폭력주의를 외치며 단식하며 독립운동을 하던 인도의 한 성인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용감했고 솔직했다. 나에게 간디는 위인전기 속의 위대한 업적을 가진 영웅들보다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자서전이다보니 거리감을 가질 수 있었던 장르마저 만화로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안되면 포기해버리고 남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하기를 꺼려하는 이 시대에 간디의 이야기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조금은 바뀌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