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권력 욕심이 없는 편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권력을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굉장히 솔직했다. 정의나 대의를 외치기보다는 권력의 우위를 중시했다. 오히려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을 의심하고 그들을 이용하여 권력을 가지라고 말한다. 도덕적으로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지만 소름 끼치도록 권력을 중심으로 둔 48개의 법칙들이 있다. 경쟁상대나 복수의 대상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법칙들이다. 하지만 허술하게 따라 했다간 역효과가 클 것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쓰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놀라운 점이 많다. 권력에 관한 엄청난 양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소개된다.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권력자들의 심리와 행위의 원인을 권력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48가지의 법칙 중 나에게 부족한 몇 가지 법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3법칙인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라”는 목차를 읽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법칙이었다. 감정 통제는 꼭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논제에 접근하다 보니 흥분하는 일이 잦았다. 친구와의 다툼에 있어서도 항상 감정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분노와 감정의 노출은 전략적으로 비생산적이다. 침착함과 객관성을 유지한다면 상황에 있어서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분노함으로써 낳을 모든 결과를 꼼꼼히 따져본다면 감정을 통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감정 통제는 권력을 이미 가진 권력자에게도 중요하다. 권력자는 개인적인 감정을 근거로 정책을 행해서는 안 된다.
제16법칙인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짜라”는 비스마르크가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운 법칙이다. 누구나 계획은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을 끝까지 치밀하게 이어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새로이 알게 된 것은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목표 달성 후 멈춰야 할 때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목표를 이루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멈출 때를 알고 멈추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대담하게 행동하라”는 제41법칙으로 자신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법칙이다. 확신에 찬 말은 거짓말이라도 더 설득력이 있다. 머뭇거리는 것이 눈에 보이면 사람들은 무시할 것이다. 대담함은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곧 힘이다. 대담한 사람은 무리에서 특별한 존재로 부각된다. 대담한 것은 곧 용기가 있는 것이다. 용기라는 것은 행할 때 발휘되는 것이다. 원래 용기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그 상황에서 대담하지 못하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 삶을 살면서 조그만 용기가 삶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 정치에도 적용되는 법칙들도 눈에 띈다. 강용석의 고소와 방송활동은 “무슨 수를 쓰든 관심을 끌어라”법칙에 해당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때 교육부와 황우여 장관을 앞장 세운 것은 “더러운 일은 직접 하지 마라”에 해당될 수 있다. 일반인보다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법칙들이 많다.
권력의 법칙을 ‘현대판 군주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 사회에서 군주는 불편한 존재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권력을 비판하다가도 권력을 가지면 조용해진다. 권력을 욕망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경쟁이 미덕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다. 대학마저도 서열화, 상대평가 등 경쟁에 내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력에 대한 논의 군주가 중심이 아닌 개인, 국민의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의 법칙들을 잘 활용하면 지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에만 눈이 멀어 도덕이나 인문학적 가치를 외면한다면 권력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권력을 갖지 못한 노예들이 주인이 되기 위한 법칙들, 경쟁 사회에 모르면 반대로 당하는 아이러니한 법칙이다.
“48가지 법칙을 지키면 권력을 가질 수 있어!” 작가가 독자들에게 외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럼 반대로 나는 작가에게 묻고 싶다. “권력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