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인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도에 일본의 여러 공장을 견학하고 쓴 에세이이다.
총7군데를 방문했는데 cd공장처럼 최첨단기술이 필요한 곳부터, 옛날부터 있었던 목장까지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견학이었다.
각 견학별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업에 필요한 기술들에 대한 설명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다 읽어보니 마지막엔 꼭 강하가 와닿는 교훈들이 있었다.
첫번째는 인체모형공장이다.
인체모형은 의과대학이나 관련계통 실습이나 학교의 학습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요가 그리 많지않아서, 수십명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인체의 뼈, 내장등을 만들고 채색한다.
거기서 가장 인상깊었던것은 그 장인들의 장인정신이었다.
반복된 작업속에 힘들때도 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또 갖고
영혼을 담아 인체모형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에 '나도 뭔가 하나를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
정말 보람있겠다'싶어 지금 내가하고 있는 공부에도 동기부여가 되었다.
두번째는 결혼식장이다.
이렇게말하면 조금 딱딱하지만 어찌보면 결혼식장에서는 결혼하는 부부들이 거치는 곳으로
기계적인 시선에서는 공장이라고 할 만도 한것같다.
작가는 결혼식장을 '감동생산공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까지 결혼식비용에 대한 말이 많아 결혼식을 간소화하고는 있지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결혼식은
꽤나 오랫동안 관습으로 자리잡아서 단번에 그 비용문제가 해소되긴 어려울 것 같다.
작가는 그 문제에 대해 한 예를 제시하면서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한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 관습이란게 단번에
바뀐다면 관습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식은 젊은세대가 첫번째주자로써, 조금씩 바꿔나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세번째는 지우개공장이다.
지우개는 보통 만들기가 쉽지않을까 라고 많이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직접들여다보니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지우개 만들기는
고무에 플라스틱에 여러 화학물질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고 건조하고, 적절한시기에 다시 혼합하는등 최첨단기술은 아니지만 주의가 필요한 공정이었다.
작가는 글을 쓸때 연필과 지우개를 수도없이 쓸텐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칠때마다 연필과 지우개가
대화하는 것처럼 '개그(?)'를 하며 지우개와 재미있게 놀아온 경험을 생각하며 이 견학에 더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어떤일을 하든지, 내가하고있는일에 영혼을 담아 재미있게 하든, 진지하게 하든, 즐거운 과정과 보람을 얻게 될 것
같아 내가 하는 공부에도 최대한 접목시켜보려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번째는 목장이다.
1800년대 후반에 일본의 자본가와 철도업에 종사하던2사람이 힘을합쳐 100년넘게 일본의 최대목장으로 이어져온
곳을 배경으로 하는 곳이다.
철도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일본의 토지를 철길만들기를 위해 조사하다가, 문득 '서양처럼 큰 목장을 만들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어리거나 잘 모르는 마음에는 목장이 넓으면, 소들이 자유롭게 방목되서 좋다고 생각하거나
목장이 좁으면, 소들이 감옥같은 곳에서 도축되기를 기다리는게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것 같다.
모두 맞는말일 수 있는데 이건 아주 일부분인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소가 임신하는 과정이나, 도축되는과정은 처음보는 사람은 보기 거북할 수 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1980년대에는 수입고기때문에, 작은목장은 적자를 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불과몇년전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겪기 시작했다.
어쨋든,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작은목장의 주인들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만약 내가, 내주변인이 그 당사자가 된다면 당연히 생사가 걸린 문제일 것이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100%해결되기는 분명히 힘들것이다. 당사자입장에서 목구멍을 죄는 상황일 것이다.
문득, 굳이 목장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은 누가 언제겪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을것인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주변이나 국가에서 도와주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번째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 옷을 만드는 사람은 디자이너가 만든 하나의 작품을 좀 더 정교하게 수정해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비록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쫓아가지는 못하지만 그들만이 갖는 보람이 있다고 한다.
구상이야 디자이너가 하지만 그것을 더 현실화 시키는것이 그들의 일이고, 그들은 그것을 그들의 도전으로 생각하고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이쯤 읽어보니 이 7가지 에세이의 공통점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그것은 각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신만의 도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임하고, 가장 큰 보람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여섯번째의 cd공장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그를 이용해 생산한다는 자부심,
일곱번째는 머리가 벗겨져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가발회사의 진심어린 경영방침과
한땀한땀 가발을 생산하는 여공들의 집중력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을 덮었을 때 역시 가장크게 와닿았던 점은 전국, 세계어디서든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거기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열심히 일해라'하고 말한다면 좋은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에세이를 통해
이렇게 생생하게 그 일하는 모습과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관등을 보여주는것이 몇천배, 몇만배는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