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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 두근거리고 있습니까?
저자/역자
김애란,
출판사명
창비 2011
출판년도
2011
독서시작일
2015년 06월 24일
독서종료일
2015년 06월 24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작년 가을,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모두 알다시피 김애란 소설가의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책을 읽은 건 개봉 1년 전 겨울. 영화와 책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지만, 이 글에선 원작인 김애란 작가의 책 위주로 글을 써나가고자 한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22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인생 선배 아닌가. 그래서 조금은 아름이가 어려보였다. 늙음의 가면을 쓰고 있어도 분명히. 신체의 아픔이 그 아이의 마음까지 갉아먹을 수는 없나보다. 살아온 시간이 17년 밖에 안 된 아이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파도 설레이고, 슬프고, 소중한 사람에게 느끼는 애정은 다른 이들과 똑같으니까.

 

 아름이의 병에 차라리 이유가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덜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파하는 아이 앞에서 의사는 말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저토록 꺠끗한 아이에게 왜 이런 시련이 찾아온 걸까.

 

 우리 부모님도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았기에, 나는 아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22살, 아빠는 24살이었다. 아름이 부모님에 비하면 많은 나이지만, 사실 17살이나 20대 초반이나 부모가 되기에 이른 나이임엔 틀림 없다. 왜냐면 그 나이 땐 온전히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돌봐야 한다는 건 엄청난 희생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도 아이는 축복이어야만 하는가. 작가는 무조건 그들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 위험한 실수에는 주위의 따강누 시선이 따른다는 것을 현실적이게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아름이 엄마, 아빠. 그들ㅇ느 스스로 자신들의 실수를 책임지며 어른이 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까지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깨닫고 말았다. 그래, 내가 어떻게 그 아이를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13년을 병과 싸울 만큼 강인한, 어리지만 나보다 더 강한 그 아이를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던 시간. 나는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모두 그럴 것이라고. 그런 착각은 철 없는 10대의 특권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실패할 기회 조차 없어 실망하고 수치감을 겪는 또래가 부럽다고 하는 소년 앞에서 내가 너무 어른 행세를 했따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시간. 그 고요한 시간의 물결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한 통의 메일. 아름이에겐 칼날같이 아픈 사랑의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그래도 아름이에게 그 기억 조차 사랑하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분명 그런 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두근거리게 해 주니까.

 

 그러나 진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서하일 수도, 아니면 이서하의 가면을 쓴 속물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내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인 적이 빈번한 건 아닐까. 조금 두려워졌다. 내가 속인 사람이 아름이처럼 큰 상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내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의 찬란한 생명의 빛을 꺼뜨리는 짓은 정말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17살에 낳은 아이가 어느새 같은 17살이 되고, 서로를 배워간다. 아니, 어쩌면 배움이라는 단어보다는 이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여전히 너무나 젊은 부모와 늙은 자식. 그들의 가장 안 예쁜 시절을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잘 보았다. 제목처럼 두근두근 거리는 이야기. 보통의 사람들이 그려내는 가장 특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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