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말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어딘지 특별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울특별시에 있었던 날은 단 8일.
그 중에서도 내가 진짜 보고싶었던 서울을 본 건 단 3일이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해외보다도 더 가고싶은 동경의 도시이며, 여전히 미지의 세상이다.
어려서 부터 전국을 안 가본 곳 없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하고 보니 정작 수도 서울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미국’,’영국’ 등의 서방세계를 꿈꿀 때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경복궁’이었고,
막 22살이 된 겨울, 태어나 처음으로 조건의 법궁, 경복궁에 발을 들이고 서야
내가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고궁을 왜 그토록 동경하고 좋아하였는지를 번뜩 깨닫게 되었다.
그 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임금이 밟았을지도 모르는 땅을 지금의 내가 밟고 있으며
수 많은 궁녀들이 저마다의 직무로 바쁘게 움직였을 공간에서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적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드라마 또한 즐겨보기에 드라마 속 장소와 서울 곳곳을 엮어놓은 이 책에서 나는 개인의 경험, 환상과 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서울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 복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순간을 맛보았다.
내가 방문했던 서울 일부에서 촬영된 드라마의 장면들은 일상적이되, 비현실적이었고,
내가 사는 생활터전이 아니기에 더욱 드라마틱하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나온 공간에서 찍은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내가 가 본 적이 있는 공간에서 찍힌 드라마들에 더 눈길이 갔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좀 더 찾아다니고 싶기도 했다.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이 ~~드라마의 ~~ 장면 속 공간임을 온 몸으로 즐기며 드라마 속 그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해 보고도 싶었으며, 타임스퀘어 한강유람선 남산타워 경복궁 롯데월드 63빌딩 광화문광장 등 서울하면 떠오르는 공간들에서 촬영된 드라마의 장면장면들을 다시 살펴보며 그 곳에 담긴 나의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었다.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모두 함께 응축되어 있는 공간의 힘은
결국에는 역사를 만들고, 지금의 서울이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