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열자는 도가의 가장 핵심적인 저서들로 꼽히는 장자와 노자와 더불어 도가삼서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자백가의 사상이 뒤섞여있어서 그런지 그만큼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자백가의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 와중에 도가의 책은 장자만 접한 상태라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 읽게 되었는데, 앞서 얘기했듯 장자와 같이 도가의 핵심적인 서적으로 분류되다 보니 전반적인 느낌 역시 무의 모습을 떠오르게끔 한다. 물론 여기서 열자는 텅 빈 것(空虛)의 속성을 좀 더 뛰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다른 사상가들의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우화가 많이 섞여 있는데, 예를 들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삼모사나 우공이산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 외에도 소소한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걸쳐져 수록되어져 있다. 이런 우화들을 통해서 긍정적으로는 책이 보다 쉽게 읽힐 수 있게끔 유도를 하였지만, 부정적으로는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잡다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우화적 요소들 때문에 유교보다 더 넓게 민간에 퍼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앞에서 얘기했듯이 열자에도 무의 형태인 공허의 모습이 비추어지는데 이는 사람의 운명이란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적인 이야기와 결부된다. 가령 “이미 태어났다면 그대로 버려둔채 맡겨 두고 자기가 바라는 일을 추구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입니다.”(339p)와 같이 죽에 초연한 모습에서부터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에서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유가와 같이 백성들이 보다 신분에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사상적 토대는 비슷하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열자에서는 묵자의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겸애’와 완전히 반대되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위아주의’적인 모습이 강하게 들어나고 있는데, “옛날 사람들은 자기 몸에서 한 개의 터럭을 뽑음으로써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해도 뽑아 주지 않았고, 천하를 다 들어 자기 한사람에게 바친다 하더라도 받지 않았다. 사람마다 자기 몸에서는 한 개의 터럭도 뽑지 않고, 사람마다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은 하지 않는 다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다.”(340p)에서 그런 모습이 잘 들어나고 있다. 이러한 과거의 사상적인 충돌은 현재에 와서도 이어지는데 비록 그 뿌리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을 위주로하는 사회주의와 개인의 경쟁심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자유주의와의 충돌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가령 땅과 하늘, 공기와 햇살 등 자연적인 요건들이 바뀌지 않으면 사람의 생각은 모두 일정한 틀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과거 부터 있어온 이러한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충돌은 과거의 것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흔히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높게 쳐주는 책들은 공자의 책들과 장자 같은 한정된 분야의 책들인데 이러한 책들은 아무리 주석과 해석이 효과적으로 달려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접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열자의 책은 비록 사상적인 깊이가 여타 다른 책들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우화적인 요소들로 가볍게 접하기에는 좋기에 이런 책들을 바탕으로 보다 동양고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