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한 가출 소년이 겪는 이야기이다. 동화스럽기도 하고, 다소 판타지 같은 성향을 띠고 있다. 모호하지만 잘 두드린 흙처럼 붕 떠있지 않다.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진 신탁처럼 주인공은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말에 가출한다. 뒤엔 거머리 비가 내리고, 고양이 살인마가 등장한다. 다소 꿈 같은 이야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다소 유아적이고 중성적 혹은 여성적이라고 본다면, 해변의 카프카는 조금 더 남성적이다. 그리고 조금 더 긴밀하다.
우리가 일상속에서는 많은 주제를 다루기 어렵다. 위기가 닥쳐야 고민을 한다. 주인공의 장소 이동, 주인공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저마다 철학이 있고, 캐릭터가 있다. 조금 더 생각하면서 읽어야하는 부분은 이런 곳들이다. 고양이 살인마는 누군지, 왜 거머리 비가 내렸는지에 집중하다보면 주인공과의 동조되던 교감의 흐름이 깨진다. 그저 주인공처럼 체험하고, 주인공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느끼다 보면 큰 모험을 겪고 올 것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소피의 머리가 왜 하얗게 되고, 허수아비는 어디서 나온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들은 미뤄놓고,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의 내면을 따라가다보면, 인생의 고민도 하고, 충격도 받고, 만들어진 응어리가 풀리기도 한다.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가 책을 읽는 이의 심상의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 하려는 인간들이지.”
학자같은 말투의 인물도 나오고, 존댓말을 쓰며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노인도 나온다. 글자를 읽지 못해 덜 떨어진다고 스스로 이야기 하는 이 노인은 참 순수하다. 고양이와 이야기도 하는데, 고양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며 공손히 이야기한다. 고양이들과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낯선 대화는 모르는 새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가 지루하지 않다는 게 이 소설이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