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영화 제작 소식 덕분이었다. 윤계상, 김옥빈 등의 배우들을 필두로 소설 [소수의견]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었다. [도가니]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무심코 빌렸는데, 읽어보니 [도가니]보다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이 생각났다. 철거 진압 과정중에 주거자가 경찰을 살해한 일이 발생하면서 그 사건을 둘러싸고 혐의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법정물이다. 살해 혐의를 둘러싸고 국선 변호사들과 거대 로펌의 검사, 정부와의 팽팽한 갈등도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 뿐만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화딱지도 들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용산 참사를 비롯해 불법 진압 과정이 생각이 났지만,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계층 현황의 한 문제도 들어나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평소 드라마 [굿와이프] 등의 법정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읽혔다. 물론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법적 용어도 등장하지만 친절하게 책 부록에 어떤 의미인지 나와있기 때문에, 읽는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 철거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현장을 진압한 경찰도, 경찰을 살해한 주인공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누구도 죄를 물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갑갑하기도 했지만, 가장 안타까웠다. 사실 철거와 관련하여 경찰들의 진압 모습을 볼때마다 항상 그들에 대해 분노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그런 진압 사태에 대해 너무 미시적으로 바라봤던게 아닌가라고 반성했다. 그들도 피해자일텐데 말이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얘기가 떠올랐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 경찰이셨던, 그 당시 현재의 나와 비슷한 나이에 총을 메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셨던 한 분의 이야기가. 그 분은 지금 한 가정의 가장이시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시자 남편이신데, 5월 18일쯤이 되면 항상 초조해하시고, 안절부절해 하신다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딸 혹은 아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책을 통해 깨달았던 것은 누구의 잘못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면죄부를 주자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일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 소설의 마지막에 국선 변호사가 공방이 끝난 후, 주인공에게 얘기한다. 데려다 드리겠다고. 그러니 주인공이 이야기한다. 내가 돌아갈 곳은 있냐고.
항상 주변을 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