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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비추!!!
저자/역자
황경신
출판사명
태일소담 2010
출판년도
2010
독서시작일
2013년 06월 12일
독서종료일
2013년 06월 12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에서 학생을 뽑을 때 에세이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뽑는 걸까. 전에 얼핏 하버드에 합격한 학생들의 에세이를 본 기억이 있다. 형식부터 내용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하버드 에세이라면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뭔가 강하게 어필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미리 했다. 하지만 각양각색인 것과 같이 하나로 수렴하는 공통점을 찾기란 어려웠다. 그저 일상의 서술도 있고 만화도 있고 일기도 있었다. 더욱 궁금해졌다. 이것이 에세이라는 것인가? 이 글을 읽고 어떻게 학생들을 선별할까?


 


         나는 아직도 결론이 없는 글에 익숙하지 않다. 결론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앞 내용을 정리만 해주어도 충분하고 혹은 자신의 주장을 한 번 더 어필해도 좋고 단편소설처럼 날씨나 일상을 묘사하면서 묘한 여운을 주는 것도 좋아한다. 어떤 식으로든 끝을 내주기만 하면 된다. 읽는 이가 글에 빠져있다가 자신의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지만 이 책은 결론이 없다. 읽는 내내 고역이었다. 정말로 생각이 나서 끄적인 것을 적은 것일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런 류의 책이라도 정리된 깔끔한 좋은 책이 더 많다. 이 책은 결론이 없었다.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결론이 없다면 본론에서 확실한 이야기를 기대한다. 결론을 내기 어려운 주제도 있고 글쓴이가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면 굳이 보챌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건 뭘까. 글쓴이의 이 노트를 다른 사람이 읽을 것이라는 것을 꼭 생각해줬으면 한다. 정리되지 않은 글처럼 짜증나는 것은 없다. 글쓴이는 이 노트를 쓰면서 생각을 이리저리 했을 지 모르나 나는 읽으면서 있던 생각마저 도망가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중간중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엄청난 양의 사진까지. 의도를 알 수 없다. 사진으로 생각을 더 하게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사진으로 분위기를 내고자 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책으로 엮으려니 분량이 너무 작아서 사진을 넣은 것인가. …… 다른 이유가 있는가 아님 전부인가?


 


        사진을 보다 보니 다시 한 번 의문이 든다. 왜 일상의 사진을 싣지 않았을까. 글쓴이가 사는 공간. 일상의 이야기가 있으니 일상의 사진이 있다면 좋을 것을. 왜 하나같이 다들 빈티지 풍의 외국 사진이냔 말이다. 외국 생수에, 미국의 올드카, 흑백 몽타주, 영어로 쓰인 표지판, 경영과 회계에 관한 외서로 가득찬 고풍스런 서가!!! 심지어 그 외서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은 초등학교 때 없어진 문방구를 추억하는 슬픈 이야기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었다. 차라리 낡은 문방구 사진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문방구를 추억하는 이야기에 경영 외서라니. 아무리 봐도 위화감이 든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단연코 거절이다. 선물로든 구매로든 대여로든. 이런 글은 읽기 싫다. 동생의 책장에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펴본 것인데 후회한다. 펴보지 않을 것을. 다른 좋은 에세이도 많다. 비록 사진도 실리고 색감도 화려한 에세이는 아니지만 컨텐츠가 진솔한 진짜 에세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더 알고 싶어지는 에세이.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좋은 에세이가 한층 더 좋은 문장력을 갖추고 읽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포스트잇, 성석제의 칼과 황홀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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