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가시고기라는 조창인 작가의 소설이 유행하고, 그 뒤로 나는 등대지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얼어붙은 달그으림자, 물결위에 자고- 하는 등대지기 노래처럼 등대지기의 삶은 파도앞의 등대와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등대지기라는 말에 나는 아무감정이 없었으나 이제는 그 등대지기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짠-하고 울려오는 것이 있다.
이 책은 남도의 항구 도시인 영산에서 꼬박 3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구명도’에서 주인공 재우가 치매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등대지기 일을 하며 생기는 일들을 담고있다. 외딴섬, 등대지기의 외롭고, 또 외로운 삶을 치매걸린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평생 가슴에 담아왔던 가족에 대한 미움과 오해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재우를 제외한 재우의 형제들의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다. 자기자신을 희생하며 평생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한낱 짐덩이 취급하며 인연을 끊고살던 동생을 찾아내 떠맡기고는 사라져버리는 형제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른다. 치매에 걸려 아들도 못 알아보는 재우의 어머니도 난 참 속으로 야속했다.
초반에는 이런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점점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재우의 엄마가 재우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었다. 재우에게 보내진 강아지, 별것 아닌 옷가지에서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그토록 미워했던 자신의 엄마가
남몰래 자신의 뒤에서 늘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 하지만 몰랐던 재우는 세상에 혼자인냥 내버려졌을때의 감정.
아무도 없는 외딴섬에서 등대를 지키면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에서 나는 재우의 깊은 슬픔을 느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등대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면서 찾아가는 사랑은 한없이 슬프기만 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참 부모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을 나는 평생 받아왔지만, 나는 과연 그 사랑을 전부 우리 부모님에게 갚을 수 있을까
재우엄마의 재우에 대한 사랑은 마지막 부분에 정말 잘 나타난다. 재우가 쓰러져 위기에 처했을때
치매에 걸린 엄마가 그 높은곳까지 올라가서 재우를 살리기 위해서 속옷에 물을 적셔 재우에게 먹이고
엄마는 돌아가셨다.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채로.
등대에서 함께 살아가며 부모와 자신사이에 깊은 증오와 미움을 풀어나가는 재우를 보며
우리들의 삶을 한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안도현의 연탄이야기가 생각났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라는 내용의 글
P 131
트레이닝 하의 위에다 종이 기저귀를 찬,
그 당치도 않은 모습으로 어머니가
뒤뚱거리며 재우에게 다가왔다.
‘힘들지 마. 내가 살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