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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가르침,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저자/역자
칸, 살만,
출판사명
RHK 2013
출판년도
2013
독서시작일
2013년 05월 07일
독서종료일
2013년 05월 07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데니스 홍에 이어 TED 강연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게다가 이번 분야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교육분야여서 지금 매우 들떠있다. 빌려서 읽었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원제를 살렸으면, 아니 의도만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The One world schoolhouse. 학교와 가정이 하나로 연결되는 놀라운 교육체제. 이는 살만 칸이 지향하는 비전이다. 한국번역에서는 ‘공짜’에 비중을 두었지만 살만 칸이 보고자 하는 것은 공짜를 넘어서서 기존의 교육제도를 보완할 체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논의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빠른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의가 이미 자리잡은지 오래이며 유익한 컨텐츠를 무료로 학습할 수 있는 강좌가 많기 때문이다. 비록 수능부분에 몰려 있긴 하지만 살만칸이 교육하는 내용도 초중고등학교 과정이므로 새삼스레 다시 볼 현상은 아닐 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보다 공교육의 불신이 심하고 인종차별과 여러 사회적 문제가 얽혀있으며 한국만큼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지 않는 미국 땅에서는 살만 칸과 칸 아카데미가 매우 혁신적으로 보일 것이다. 미국에도 여러 무료 강의(open course)가 있지만 대학이상 과정이 많아서 초중고등학교 과정 내용을 무료로 보기는 힘들다. 내가 생각하건대, 초중고등학교 공부 내용을 인터넷으로 동영상으로 학습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많이 생소할 것 같다.(이것이 무료든 아니든 간에) 공교육의 불신은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처럼 학원중심이라기보다 사립 학교에 더 중점을 둔다. 연설에서 공교육의 믿음을 외치던 오바마조차 두 자녀를 천문학적인 학비가 드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공교육의 불신의 정도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칸 아카데미를 보고 TED에서 빌게이츠가 교육의 미래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료라니! 실제로 살만 칸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나서 수많은 메일을 받았는데 그것은 대부분 미국 공교육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의 감사편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다양했다. 대학에 가까스로 입학했으나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아 다시 공부하는데 애를 먹었던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교사들도 있었다. 칸 아카데미를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학교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생 개개인의 바로 옆에서 지도하여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것을 목격한 교사들의 편지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롭고 감명깊은 점이 있다. 바로 살만 칸의 교육 태도다. 책을 잠깐 인용해보겠다.


 


‘ 나는 나디아와 함께하는 수업시간이 신중하고 개별적이며 편안하고 생각을 유발하는 경험이 되길 원했다. 나는 진심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대화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개인교사가 되고자 했다. 기본적으로는 영리하지만 그저 눈앞에 있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인 동등한 인간에게 이야기하듯 말이다.’


 


‘이러한 우려 끝에, 나는 교사의 존재란 가끔 같은 교실에 있건 전화선 맞은편에 있건, 30명이 앉아 있는 교실에서건 1대 1개인교습에서건 학생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고 인정하게 됐다. 교사가 보기에 학습과정은 학생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처지에서는 어떤 대결의 요소를 피하기가 어렵다. 질문이 주어지면 ‘즉시’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학생은 교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학생은 평가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당면한 문제에 완전히 집중하는 학생의 능력을 방해한다. 게다가 학생들은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를 창피해한다.’


 


       인용할 부분이 더 많고 넘치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내가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두 번째 부분이다. 살만칸은 학생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질문이 주어졌을 때 즉시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상황과 교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스트레스가 학생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과 두려움을 증폭시킨다는 점은 아주 크게 공감하고 나역시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뛰어난 교사나 교수, 강사는 많지만 이 점을 언급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입시와 시험 위주의 한국 교육에서는 어쩌면 이 점을 생각한 선생님들이 있을지라도 현실에서 많이 난관에 부딪치셨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입밖으로 말을 꺼낸 건 살만 칸이다. 살만 칸의 컨텐츠도 훌륭하지만 나는 살만 칸의 바로 이 점이  사촌을 가르치려했던 동영상이 백만건의 조회가 넘는 동영상으로 바뀌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고 교사의 존재가 학생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살만 칸과 칸 아카데미를 더욱 빛나게 한다.


 


        나 역시 살만 칸과 같은 교육자의 길을 걷고 싶다.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기쁨이지만 살만칸이 지적한대로 가르치는 기술은 습득하는 기술과 별개로 독립적이고 따로 가꾸어야할 기술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학생을 대하지 않고 또 강의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교사에게 돌릴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이것은 어떤 컨텐츠보다 값지고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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