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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자/역자
송호근
출판사명
이와우 2013
출판년도
2013
독서시작일
2013년 04월 17일
독서종료일
2013년 04월 17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나는 이 책에서 소외감을 느꼈다. 내가 오육십대가 되지 않을 것도 아닌데 나의 삶에는 5.60대가 없었던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장년층인구는 참 많지만 컨텐츠를 보면 장년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영화도 광고도 이슈에도 장년층은 없다. 이 책은 장년층을 다루고 있지만 노인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정말로 노인을 위한 나라(No country for old men)는 없는 것일까?


 


     측은하게 느껴졌다. 몸을 바쳐 25년 일한 대가가 대책없는 노후와 2억도 안되는 퇴직금일까. 자식들의 한숨과 마누라의 짜증일까. 2,30년 밤낮없이 일했으면 가장에서 내려오셔도 될 때가 아닌가. 나는 자꾸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닥친 하루를 어떤 일을 하면서 살까하고 또 앞날을 설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것일까? 이 문장은 여러모로 슬프다. 당연히 떠오를수 밖에 없는 울분을 가슴으로 누르고 얼굴로 지우고 앞날을 설계하는 사람이나 아버지라면, 가장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느냐는 가족의 따가운 시선이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성실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대답하고 싶다. 10명이 있을 때 1명이 떨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7, 8명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한다면 개체의 성실함은 부차적이다. 주인공들은 이 문장을 무색케한다. 어느 하나 불성실한 이없이, 못하는 이 없이 사회에서 평범하다 싶으면 평범하게 여겨져온 그들이었다. 그들의 3.40대였다. 도대체 사회의 어떤 구석구석이 이들을, 그리고 이들의 자녀들과 부모세대를 벼랑으로 미는 걸까. 모두들 놀지 않고 일하는데, 하루하루 그냥 보낸 적이 없었는데, 가족이지만 누구에게 기대기가 미안해서 손 안벌리고 살고 있는데 왜 누구 한 명도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는 걸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작정 이 문제를 감성적으로 바라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퇴직 후 중소기업에 가든 자영업을 하든 그중에서도 분명히 나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자영업만 해도 그렇다. 거리 몇블록만 걸어도 자영업 간판이 100개도 넘는다. 한 건물을 잘게 잘게 쪼개서 군데군데 여기저기 입점한 자영업들도 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정말로 자영업을 하고 싶어 그랬냔 말이다. 마치 제 살 깎아내기처럼, 그냥 있으려니 불안하고 퇴직금은 나왔고 앞으로 더 벌어야하고. 퇴직금 손대지 말자 해놓고 은행에서 빚 떠안고 가게 내지 않았나. 이건 정말 고약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아프다고 징징대는 청춘보다도 더욱더 힘들고 고된 그들의 여정이다. 가장인 청춘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춘은 이 세대의 서포트를 받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정부 기구나 기업에서 그나마 관심을 가져다 주는 청춘은 나을 지도 모른다. 이들은 그 사회에서 쫓겨난 몸이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말꺼내기 전에 내일 일용직 구하러 가는 이들이다. 대부분의 20대가 대학 졸업후 거들떠보지 않는 그 일자리들을 거의 모두 그들이 한다. 이 책의 말처럼 ‘월 50이상 못 준다는 용역 사장의 배짱’이 불문율인 건물청소업계에서도 못해서 안달이란다. 불만은 커녕 자리를 얻으려고 필사적인 우리 부모 세대다.


 


      더 심한 문제는 장년층과 노년층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사회가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몇다리 건너면 부정적인 견해에 가깝다. 보통 가장 먼저, ‘나는 늙어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혹은 ‘저렇게 안될려면 스펙이나 스토리텔링이나 어느 하나 빠짐없이 해야겠다’ 라는 의견 등등이다. 이 책에서도 얘기하지만 이 의견들은  그들의 2.30대의 머릿속을 꽉꽉 채운 생각이라는 것. 지금 청춘 세대가 보기에 수구꼴통들일지 몰라도 그들 역시 젊었을 때는 청춘 세대였다는 점이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어느날,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의 사장님이 택시를 타셨다가 택시기사 아저씨의 하소연을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택시에 엄마와 어린 아들 손님이 탔다. 어린 아들이 공부를 진득하게 못해서 엄마가 조바심이 난 모양이었다. 설득에 설득을 반복하던 엄마가 마침내 아들에게 “공부 잘 안하면 이 아저씨처럼 택시나 운전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택시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당사자가 버젓이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택시기사아저씨도 엄마의 의도는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냐고 말하셨다고 한다. 자기도 중견기업의 간부자리에서 잘리고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인생이 후반부에 어떨 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셨다. 참 마음 아픈 사연이다. 엄마 입에서 나온 소리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임이 느껴지기에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당장 취직도 못하면서 50대를 걱정하는 게 내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맞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 휙휙 저으며 그냥 넘겨 버릴 수 없는 문제이기에 혼란은 배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내일 다시 살아갈 사회는 어제와 오늘과 똑같은 사회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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