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님의 글들은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내가 처음 접한 작가님의 작품은 교과서의 삼포 가는 길.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연 5년이 지난 지금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삼포가는길의 마지막 부분의 여운이 아직도 마음에 머무는 기분이다.
삼포가는길에서 보여주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 그리고 변하는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왠지 모르게 슬퍼졌던 작품.
개밥바라기별은 삼포가는길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고 생각되었다.
준의 방황과 주변인물들은 삼포가는길의 주인공의 방황이나 주변인물과 너무 닮아 있었고
‘길을 간다’는 강한 공통점이 있다. 준은 좀 더 젊고, 삼포가는길의 아저씨는 늙고의 차이랄까
아저씨는 고향을 찾아 정착하려고 하지만 이미 아저씨가 알던 고향의 모습이 사라져
곧 다시 방황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던 마지막 부분이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에 남는데
준의 계속되는 방황의 시간과 오버랩 되었다.
준은 다른사람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방황하고, 또 방황하고, 다시 방황한다.
하지만 원하는 길을 걷는다. 요즘의 우리들은 준과는 정 반대이다. 궤도를 벗어나려고 하지않고
방황하지만,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들에게 개밥바라기별에서 와닿는 부분은
준의 이러한 방황하지만, 원하는 것을 하는 모습일꺼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굉장한 용기를 얻었다. 스무살 이후로 내가 살고싶은 청춘을 실천하느라 애썼고,
어느 부분에서는 실패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굉장히 이상적인 20대 초반의 청춘을 보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너무 다른 길이었기에 겉으로는 말하지 않는 나의 시간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개밥바라기별을 읽고 굉장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생각을 하지만 혼자만 생각하는 것과, 책에서 다시 내 생각을 그 글쓴이와 나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내 생각을 준과 나눌 수 있었고, 더 깊은 나에 대한 확신과 안정을 느꼈다.
내 인생을 진정하게 사랑하는 방법과, 사람마다 원하는 가치는 너무 달라 남에게 평가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재확인 시켜준 소중한 책이다.
남의 시선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더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