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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조성의 분청자에서 초현실주의 화법을 배웠을까?
Book name
저자/역자
출판사명
출판년도
독서시작일
2013년 01월 29일
독서종료일
2013년 01월 29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피카소 파일은 한마디로 ‘픽션과 논픽션이 모호한’ 책이다. 실존했던 당대의 거장 ‘피카소’라는 인물과, 조선의 분청자 물고기 매병을 묘하게 결합하여 하나의 완벽한 허구소설이 탄생했다. 이 책은 장르의 구분 또한 모호하다. 단순히 미술을 소재로 한 소설 같다가도,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범죄, 추리 소설 같기도 하다. 실제로 방송다큐를 제작하는 기록영화 감독이 저술한 책이라 그런지 ‘허구’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털사이트 검색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정도로 너무나 현실같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허구’소설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조선의 분청자에서 초현실주의 화법을 배웠다.”라는 가정 하에 소설은 전개된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작품 속의 기법이 조선의 분청자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록영화 감독인 안비봉은 인쇄업계의 대부이자 도자기 수집가인 목대치 회장으로부터 한 편의 기록영화제작을 의뢰받는다. 조선의 분청자인 물고기 매병과 피카소의 관계를 밝히라는 것이 목대치 회장의 요구였는데, 실제로 조선 분청자 물고기매병에는 물고기의 두 눈이 한쪽에 몰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제작진의 여정은 때로는 가로막히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려나간다. 여기까지는 피카소와 조선분청자의 관계를 완벽히 밝혀내고 성공적인 기록영화를 발표해내는 것이 소설의 결말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소설의 중반부에서 기록영화가 발표된 이후, 물고기 매병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고 덩달아 가격도 높아지자, 물고기 매병의 소유자 목대치는 매병을 경매에 내놓기에 이른다. 그리고 물고기 매병이 판매되기 직전에 이 모든 것이 물고기 매병의 가치를 높여 그 돈으로 인쇄 박물관을 건립하려 했더 목회장의 계략 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목대치 회장은 경찰이 들이닥치는 순간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기록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제작진들은 꼭두각시처럼 목대치 회장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목대치 회장의 죽음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이야기는 기록영화제작진에게 새로운 기록영화 의뢰가 들어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인인 ‘아소’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용무늬 청자를 피카소 입체 미술의 근원으로 만들고자, 기록영화제작진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그는, 방해가 되는 인물은 모두 살해하는데 기록영화 제작진들은 ‘아소’관장에 의하여 살해된 것이 분명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도 살해될 위험에 처하지만 결국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은 내내 음모와 추리가 반복되는 구성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정말로 피카소가 조선의 매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의 분청자에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분청자의 모습은 정말 피카소 그림에 응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한 형태였다. 한편으로는 그 자신의 물적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역사의 조작도 불사하는 각 분야의 돈 많은 권위자들의 모습이 언짢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 지라도 대중은 겉에 드러난 진실만을 보지, 한 개인의 내면적 의도와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알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민족의 유산 전부의 가치를 깎아 내릴지 모르는 행위를 하는 인물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설이였지만 ‘페이지 터너’라고 불러도 충분할 만큼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다. 미술에 한 번 관심을 두기 시작하자 소설도 미술이 소재인 쪽으로 골라지게 되는 것 같아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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