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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독살사건.
저자/역자
이덕일.
출판사명
다산초당 2005
출판년도
2005
독서시작일
2012년 09월 28일
독서종료일
2012년 09월 28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역사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헷갈렸다. 조선의 역사는 지루한 당파싸움의 역사와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내가 어쩌다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안타깝다’이다. 조선의 역사가 당파 싸움의 역사와 같다는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혀를 차게 만드는 정치 이야기라기 보다는 몇 번의 기회가 탐욕에 의해 날아간 안타까운 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독살 당한, 독살 당한 것이 유력한 왕과 왕족 8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덩치가 큰 당파에 의해 독살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이다. 욕심으로 똘똘 뭉쳐진 큰 당파와 뜻을 같이 한다면 독살 당할 일은 없다. 그들에 반하여 무언가 하려고 하는 순간 바람 앞의 등불마냥 불은 꺼지는 것이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개혁이 일어나야 할 때, 퀘퀘묵은 정치가 뿌리 뽑혀지려고 할 때, 그 때마다 그 중심에 서있던 인물들은 가차없이 사라졌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다면, 조금만 더 늦게 갔더라면 분명 역사는 바뀌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까워 분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소현세자이다. 소현세자는 인조 시절 삼전도의 치욕이후 볼모로 청나라에 끌려가 9년간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서 외교관 역할을 했다. 비참하고 억울한 심정으로 9년을 보냈을 수도 있었건만 이 시간을 국제 정세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사상을 습득하는 시간으로 승화한 것이다. 소현세자는 굉장히 담도 있고 똑똑하며 효심 또한 깊고, 나라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소현세자는 죽였다고 알려지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 인조이다. 세자의 깨어있는 의식이 왕인 자신을 흔들고 조선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견제한 것이다. 인조는 소현세자를 극도로 경계하고 의심하여 소현세자가 볼모 생활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제대로 환영해주지 않았고 장례식에서도 왕자의 예를 갖춰주지 않았다. 자신이 소현세자를 독살했다고 봐도 무방한 비망기를 내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자빈과 그 후사까지 모두 멸하게 한다. 이미 청나라에게 너무나 큰 치욕을 겪은 인조에게 또 한번의 풍파는 그토록 두려운 것이었을까?


 소현세자편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 소현세자의 꿈과 좌절은 조선의 꿈과 좌절이었다.” 이 말에 정말 공감한다. 소현세자가 왕으로 즉위해 앞서나간 인식으로 조선을 다스렸더라면 아마 그 어떤 개혁보다도 역사를 많이 바꾸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진정 느끼게 되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대하는 말 한마디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알면서도 조선을 위해 나아갔던 많은 훌륭한 왕과 신하들이 있었기에 그 많은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건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만큼의 담력과 현명함을 갖춘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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