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신의 손이라는 용어가 익숙했다. 신의 손이라는 말을 쓸때는 신의 손이라는 드라마를 패러디하는것처럼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었다. 신의 손은 외과적으로 어떤 수술도 잘 해내는 모습이 내게 익숙했다. 그런데 신의 손에서는 그런 의미로 제목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신의 손은 고지식한 시라카와가 항문암 말기의 환자를 안락사 시키면서 시작된다. 시라카와가 안락사를 하면서 법적인 문제로까지 퍼져서 안락사를 둘러싼 암투와 거짓말들이 차례차례 드러나는 소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사카베 요는 안락사에 대한 여러 모습을 보여주며 한쪽만 편들지 않는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안락사가 필요하거나 안락사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건 한 쪽의 편을 들어서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고 난후에는 우리나라의 제도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고등학교때도 안락사에 대한 토론을 했었지만 그저 인간의 권리로써 죽느냐 사느냐, 그런 단편적인 생각밖에 못햇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각으로 우리나라의 제도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안락사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를 자유롭게 해주거나, 환자를 버린 가족들이 원해서든가, 의사가 치료를 포기를 한다거나 그런게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죽음을 선도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죽음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에 반해 환자의 생각은 변하기 쉽고 특히나 병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안락사를 악용하게 된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것도 사실이다.
안락사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안락사를 법률로 제정하지 않은 이유는 약으로 쓰려고 해도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