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학기간 동안 꽤나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프리 런치와 피터싱어의 죽음의 밥상이다. 아무래도 피터 싱어 교수 하면 동물해방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죽음의 밥상은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내용이기도 하다. 처음에 책을 고를 때는 피터 싱어 교수의 저서인지는 몰랐고, 교양도서 목록 중에 제목이 독특해보여 읽게 된 책이다.
죽음의 밥상은 전혀 다른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세 가족의 식단을 추적해 그들이 먹는 음식들이 어디서 왔는 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해당이 된 가족은 어떻게 보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식단, 피터싱어의 표현을 따르자면 동물이 고통없이 지내다 도살되었는가를 따져보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가족의 식단, 그리고 완전 채식주의자들의 식단이다. 이 외에도 다른 가정의 식단도 조사했다고 얘기했지만 책에는 실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어떤 식단으로 식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어떻게 식단을 구분했는 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채식주의자들의 종류처럼 나누지 않았을 까 싶다. 락토오보나 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세 가정 중에서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읽었던 건 일반적인 현대식 식단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였다. 유기농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 등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을 배려한 제품들은 아무래도 가격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값싸고 간편한 제품만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가족의 이야기였다. 우리집의 식단 역시 이것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식단에 올라갔던 다양한 육가공 제품들을 비롯해 유제품이 어디에서 왔는 지 추적해 간다.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피터 싱어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육류 중 하나가 된 닭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해 나간다. 나는 닭고기를 가장 좋아하고 또 즐겨 먹는다. 피터 싱어가 방문한 농장에서 닭들은 단 1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본능에서 나오는 그 어떠한 행동도 허락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길러진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닭 농장은 차이가 있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닭 뿐만 아니라 돼지나 오리, 광우병으로 인해 그 실상이 널리 알려진 육류용 소도 물론이고 유제품 생산을 위한 젖소 역시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읽어본다면, 내가 먹는 고기들이 그러한 곳에서 비참하게 살다 죽어간 고기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면 식욕이 달아날지도 모르겠다. 환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밝힌 내용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또한 이러한 농장들이 값비싼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까닭을 그들이 치뤄야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면 그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농장에 제대로 된 방뇨 처리 시설이나 환풍 시설을 설치 하지 않는다면 공급되는 육가공품의 가격은 줄어들겠지만, 그 농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그로 인한 갖가지 피해에 시달리게 되는거다. 이 내용은 최근에 읽었던 프리런치의 보조금 정책의 내용과도 연결되었다.
현대식 식단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룬 뒤, 싱어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라는 제목을 걸고, 최대한 동물들을 배려하고 아낀 농장에서 길러진 제품을 사먹는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다면 이 가정에서 먹는 음식들이 길러진 곳에 사는 동물들은 안녕한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현대식 식단에서 다뤄진 공장식 사육에 비해 아주 조금 나을 뿐이다. 닭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바글바글하게 모여있었다면, 친환경제품이라는 마크를 단 공장들은 그나마 고개를 돌릴 수 있을 정도 라는 거다.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단체 저 단체에서 중구난방으로 마크와 인증을 발급하고 있어서 그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내용에도 이러한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장식 사육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여야 하는가? 사실 그렇다. 닭들을, 돼지들을 마구 뛰놀게 해주고 건강한 사료를 준다면 당연히 그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우리는 지금처럼 육고기를 즐기지 못하게 될 거다. 이 점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 이다. 육식의 종말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었지만, 현대인들은 필요보다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나 역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이런말을 하기 부끄럽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고 있는 거다. 가격이 올라가면 차라리 그 수요가 줄어들고, 공장식 사육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비싸더라도 공장이 아닌 농장에서 길러진 건강한 닭과 돼지들을 소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그 수는 미약하지만 점차 그 수가 늘어날테고, 그 수가 늘어난다면 일종의 순환구조에 의해 이러한 건강한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고기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생각이 날 정도였다. 이제는 시간도 많이 지나고 해서 예전처럼 또 고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먹고 다닌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있다, 라는 문제 의식 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절반은 온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 하지만 참는다. 가 아니라, 문제가 있다. 때문에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