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을 빌릴 때 학교에서 정해놓은 교양도서에 포함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꽤 따져보면서 책을 빌리고 있다. 처음엔 그냥 아무거나 빌려다봤는데, 그러다 보니 내 수준에 좀 높거나. 어렵거나. 흥미가 없거나. 책이 영 별로이거나. 등 좀 끌리지 않는 책들을 자주 읽게 되었는데, 일단 교양도서 목록에서 관심가는 책들 위주로 읽어 가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이 쓴 ‘프리런치’라는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땐 정치경제와 관련되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한국에선 무상급식이 꽤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복지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은 경제학 분야 도서로 어떻게 보면 정치쪽에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내용을 하나로 담는다면 그것은 ‘프리런치’일 것이다. 프리런치가 본래 사용되던 개념인지 저자가 만들어낸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기업-사업체가 한 지역에 거대한 마트를 짓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반대급부로 정부로부터 혹은 지자체로 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을 프리런치라고 한다. 저자가 이런 보조금-프리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책을 시작하는 데, 짧은 내 식견으로는 ‘그런게 뭐 어때서? 기업이 지역에 들어와서 일자리도 만들고 돈도 쓰고 그런 선순환을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보면 지자체에게 좋은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건 정말 뭣도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쓴 책이기 때문에 모든 예시가 미국 기업이나 미국 시장, 미국 지역을 예로 들고 있지만 한국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예시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이해하기 쉬웠던 건 미국의 야구장 건립과 보조금에 관한 문제이다. 대다수의 구단이 야구장을 신축하거나 증축하거나 이전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큰 보조금을 요구한다. 그리고 정부는 기꺼이 이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건축이나 증축에 필요한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혹은 필요비용의 대다수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면 구단(기업)은 그 자신들의 돈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 투자금이 0원인 셈이다. 거기다가 야구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근데 그걸 따져보면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야구장을 짓기 위해 사용한 대지에 대한 비용이 있다. 야구장이 아니었더라면, 지역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었거나 좋은 환경을 위한 녹지공간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야구장을 짓기위해 지역주민들이 그 모든 이권들을 포기해야했고 심지어 그들의 돈을 구단에 줘야만 했다. (정부의 보조금은 정부의 예산에 포함되는 것으로, 모든 정부의 예산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심지어 야구장 때문에 피해를 보더라도 그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 그리고 구단들은 말하길, 야구장이 들어섬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둥,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는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을 면제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자체나 시민들 입장에서는 세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하는 비용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에 기여한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또 야구장 건설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각종 환경피해들을 구단은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 피해로 당장 내 자식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소음이나 악취 탓에 문조차 열기 힘들어져도 말이다.
나에게는 야구장이 가장 간단한 예시였고, 더 간단하게 생각하려면 구단을 대기업으로 생각하고 야구장 신축을 대형 마트(E마트나, 홈플러스 등의)나 공장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더 엄청난 건, 보통 이 구단들-기업들은 돈을 벌어들이면 그 돈을 다시 지역사회에 투자해서 그 지역에서 돈이 유통되기 하는게 아니라 다 본사로 가져가버린다. 자기들끼리 꿀꺽해버리는 거다. 이런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구장 예시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다른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구장에 대한 권리를 지자체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구단은 구장 사용비를 지자체에게 지불하고, 야구장에서 광고를 원하는 사람들 역시 지자체에게 그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마트에 관한 예시는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하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했고 또 나의 처지와 비슷해서 공감가며 읽었던 부분은 대학생들의 빚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캠퍼스 빚쟁이라고 표현했다. 대학에 겨우 입학해도 공부를 마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메꿀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대출을 선택하고 만다. 근데 이 대출에 대한 규정이 엉망이라서, 이자도 엄청나고 졸업해서 취직을 한다 해도 그 원금조차 갚아내기가 힘들다. 이런건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등록금이 걱정인 학생이고. 저자는 이러한 등록금과 등록금 대출 문제를 간접세라고 표현했다. 더 가진자가 계속 가지려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 기술적 요구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과 고비용 학자금 대출로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은 지금 소수의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하기 위해 미래의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셈이다. 그것은 미래에 부과되는 일종의 간접세이다. – 프리런치, 284p_)
이 밖에도 건강보험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며 읽었다. 단 미국에서도 이렇게 실패한 보험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네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따르는 선진국 미국에서도 실패한 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성공시키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싶었던 공부, 분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 지역주민들, 나라 국민들을 위한답시고 시행하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기업에 다 퍼주는 식의 정책들이 많고, 이러한 경제정책들을 바로잡아야 진짜 서민이 잘 살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부분에서 기업 보조금에 대해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깔끔히 정리해서 보여준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규정에 의해 보조금을 받는 것이 허용된다면 보조금을 받는게 무엇이 문제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한 억만장자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의 수익을 극대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상점 주인이 깜빡 잊고 카운터에 돈을 두었다고 해서 누군가가 꼭 가져가야만 하는 것인가?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그것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 510p.
공짜점심 같은 건 없다. 비용이 발생하면 어떤식으로든 계산하고 지불해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공짜점심은 정부가 개입을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칭한다. – 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