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드라마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길래 차마 앞의 회차의 내용들을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다시 볼 엄두가 안나서 책으로 보기로 했다. 훈민정음 창제라는 드라마의 큰 줄기만 대충 알고 있었기에 가볍거나 굉장히 엄격한(?)느낌의 내용일 줄 알았는데 첫 시작부터 살인사건이 나오니 순간 내가 책을 잘 못 골랐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지금와서 다시 그 때를 생각해보니 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이기는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실망했었다. 주인공이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과정에서 사랑에 빠지며 마지막에는 지인들이 나서서 구명을 해주며 결국 사랑에 성공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의 형식을 따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료수집이나 기타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작가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저그런 시중에서 흔히 보는 삼류작품이 되었을 듯 싶을 정도였었다. 이런 전형적인 루트를 탐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서 내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바로 이도 세종과 최만리라는 인물때문이었던 것 같다.
백성을 위해 그리고 자주국방을 위해 수족같은 신하들의 희생을 감수해가면서 변화를 꿈꾼 세종과 세종을 위한 마음은 남보다 강하지만 향한 뜻이 달라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끝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최만리 팩션이기에 많이 미화되고 오버된 면이 없잖아 있겠지만 그들의 생각과 뜻이 온전히 느껴졌던 것 같다.
등장인물을 생동감있게 그리고 뚜렷하게 잘 살릴 수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이 책이 화두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