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 에세이라니. 기대됐다. 유명한 작가니깐 결혼생활도 남다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나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무심한 듯도 하다. 예민하고 매사 무심할 줄 알았던 작가는 의외로 저녁준비도 열심히 하고, 남편과 함께 하는 산책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산책을 즐기면서 고양이와 인사하며 맥주를 마시기도 하며,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남편이 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도 있다.
각자의 세계도 있고, 서로간의 세계도 있고, 서로 때문에 변화하는 세계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은 이런 모습이다. 사랑도 하고, 화도 나고, 증오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하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어쨌든 사람들이 각자 사는 방법은 다 다를지 언정, 그렇게 고민하고 타협하고 인정하고 화도 내는 결혼생활의 모습은 누구든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 때문에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결혼에 한정짓지 않고서도 생각할 문장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