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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하기 힘드시죠?
저자/역자
Eco, Umberto
출판사명
열린책들 1999
출판년도
1999
독서시작일
2011년 04월 06일
독서종료일
2011년 04월 06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난해한 다리미 설명서 때문에 새로 산 와이셔츠를 버리고 말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이딴 설명서를 만든 놈은 사형이야!”라고 소리치는 당신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그런데 당신의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은 다리미 설명서를 만든 놈이 아닌, 당신의 주변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의 표정을 상상해보자.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당신의 화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약간은 짜증난 표정일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는 이 억울한 심정을 화낼 수도 없단 말인가? 앞으론 웃으면서 화를 내보자. 어떻게? 그 방법이 여기에 있다.


 


  움베르트 에코의 수필집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은 기사에 실렸던 50여편의 글을 묶은 책이다. 그는 놀라운 말솜씨로 정치, 역사, 철학, 교통, 인터넷을 포함해 호텔 화장실까지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낸다. 그는 이 에피소드들을 통해 위트있게 분노한다. 모든 불만거리들에 대해 노발대발 지적하고 분노하는 대신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에피소드로 사람들을 웃게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빌어먹을 컴퓨터 설명서는 왜 이딴식인거야!’라고 말하는 대신 ‘컴퓨터 설명서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난해하고 어려운 문구로 글을 쓰는 법을 먼저 배워야한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이 분노하고 혹은 분노하기 무서워 체념했던가. 이 책은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Tip을 던져준다. 


 


  또 하나, 움베르트 에코는 이렇게 최대한 익살스럽고 흥미롭게 사람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어떨 땐 가만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면 뜨끔뜨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 진다. 그러다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갈 쯤에야 ‘아차!’하는 돌 깨는 소리를 내고야 만다. 에코가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내가 실컷 비웃던 대상이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부끄러움이 엄습하지만 에코가 웃는데 내가 안 웃을 수 없다. 실실 웃으며 속으로는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들이 지적해서 자신의 태도를 반성할때는 빈정이 상하기 마련인데, 그의 무심코 던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웃으며 반성하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강함은 약함을 이기지만,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기는 것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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