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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 잃어버린 세계를 말하다.
저자/역자
김훈
출판사명
문학동네 2009
출판년도
2009
독서시작일
2011년 04월 06일
독서종료일
2011년 04월 06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기르던 개에 아들이 물려죽었다.


   크레인에 여중생 딸이 깔려죽었다.


   여동생을 강간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했다.


 


   해망에 집결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륜’을 잃는다. 그럼에도 이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이 관계의 해방이라고 <공무도하>는 말한다. 김훈의 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는 인간이 한없이 긍정하고, 긍정해야만 하는 인륜을 거부한다. 강요된 법칙들이 ‘개인’을 억압하기 때문에 인간이 던적스럽다는 것이 김훈이 현실을 바라보고 해망을 그리는 시선이다. 그는 인간의 모든 관계가 인간 당면의 문제,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떻게’ 인륜을 털어내어 당면의 문제를 해결 할 것인가. 아들딸이 사고로 죽기를 기다릴 수도, 아버지를 때려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무도하>에는 ‘잃은’ 모습을 보일 뿐, ‘잃을’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노을은 아프고 관계는 무의미하고, 돈과 피의 냄새가 지독하게 진동하는 해망은 우리가 밟고 서있는 현재였지만, 등장인물들과 달리 우리에게는 ‘잃음’으로 건너갈 다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의 절망을 새삼 깨달을 뿐이라면 차라리 몰랐어야 했다고 절망하며 책을 덮는 순간 ‘公無渡河’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을 건너지 말라고 작가가 여옥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하지만 김훈에게는 최대한일 연민과 희망이 그 한 문장에 숨어있었다. 우리는 여인의 애절한 한마디에 이끌려 일단은 살아야 한다. 사소함으로 적의의 두려움을 견디면서 살아가다 보면, 지금은 또 어디론가 가버린 김훈이 ‘잃음’의 유토피아로 건너갈 다리를, 새로운 희망을 들고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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