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내가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두번째 소설.
사실 인간실격 뒷편에 따라온 부록같은 거였지만 분량은 사양이 더 많았다.
사양이나 인간실격이나 어두운 소설이라는 것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옮긴이가 말해준 점에서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쓰던 시기에 다자이 오사무가 혼돈을 겪은 시기라고 했다.
사양에 실린 이야기도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 즉 자전적 소설정도가 되겠다는 말.
책의 배경은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전후 일본.
귀족의 굴레를 벗고 살아가는 가즈코,
마약에 찌들어 파멸해가는 가즈코의 남동생인 나오지
마지막까지 귀족의 귀품을 잃지 않은 어머니.
파멸해가는 인물들을 보면서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시작할 수 없으니
다른 생에서 태어나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너무 슬퍼졌다.
소설 속의 인물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기때문에 다음 생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였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
내가 조숙한 척 행동하면, 사람들은 날 조숙하다고 쑤군덕댄다.
내가 게으른 척 행동하면 날 게으르다고 쑤군덕댄다.
내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척하면, 사람들은 날 글 한 줄 못쓰는 놈이라 쑤군덕댄다.
내가 거짓말쟁이인척하면, 사람들은 날 거짓말쟁이라 쑤군덕댄다.
내가 돈푼깨나 있는 척 행동하면 사람들을 날 부자라고 쑤군덕댄다.
내가 냉담을 가장해보이면 사람들은 날 냉담한 놈이라 쑤군덕댄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괴로워서 나도 몰래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날 괴로운 척한다고 쑤군덕댔다.
모든 게 어긋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