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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오그라드는 손을 보았는지
저자/역자
윤대녕
출판사명
문학동네 2010
출판년도
2010
독서시작일
2011년 01월 29일
독서종료일
2011년 01월 29일
서평작성자
**

Contents

윤대녕의 소설은 계속해서 추억과 조우한다. 그 조우를 위해 작품의 인물들은 추억의 매개체를 좇아 그것의 향수를 느끼고자 한다. 하지만 추억은 기억과 욕망의 변증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때문에 추억의 매개체는 언제나 인물들을 비껴나가고, 그들은 ‘무엇을 기다렸던 걸까’라는 공허한 자문만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추억을 갈구하고, 좌절하는 반복의 구조를 윤대녕의 소설을 ‘청승맞게’ 보이게 한다. 아무도 실체를 확인할 수 없고, 대상은 있지만 순전히 자기중심의 안개 속에서만 어렴풋이 보일 수밖에 없는 추억이라는 존재. 누구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추억이라는 존재. 이것들은 윤대녕을 청승맞게 만듦과 동시에 모든 인간을 청승맞게 만든다. 우리도 결국 추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이 느낌은 윤대녕의 소설이 ‘시간’이라는 단어에 강박하고 있기에 가능한 감정이고, 또 윤대녕만이 가진 색깔이다. 추억의 매개체(장소, 사진등)를 만나는 것은 반복된다. 추억의 주인이 되는 과정, 추억을 되새기는 과정, 추억을 다시금 느끼기 위한 과정들을 통해 그 매개체는 변화를 반복한다. 이것은 ‘시간’이 흘러가기에, 그리고 그 흐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화를 단지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말이다.


 


윤대녕의 소설관을 짧은 책 한권으로 이해하려 든다면 그것은 그에 대한 큰 실례라고 본다. 제대로 읽어본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분명 그는 90년대를 젊음으로 지내온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 제공해 준 좋은 작가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손이 ‘오그라’들더라도 참고 읽으시길. 그것이 우리가 가진(하지만 가지지 않은척하는) ‘청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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