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이제 당신에게 남은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일뿐이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하는 순간부터 사랑하지 않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평범한 여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은 우연이지만 동시에 운명이다. 심지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한 사람을 만나 운명과 기적을 느낀 순간 비로소 사랑은 그리고 이별은 시작된다. 클로이를 사랑하는 ‘나’도 아마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대다수 사람에게 평범한 여자 클로이를 사랑한다. 왜? 아마도 우리가 그런 것처럼 그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유는 수천가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명확하게 한 가지도 없다. 어쨌든 ‘나’는 클로이를 일방적으로 쫓아다닌 끝에 그녀와 연인이 된다. 그 순간 ‘나’의 의문이 시작된다. 왜 클로이는 나를 사랑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이 왜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자신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의심한다. 정말 내가 상상하는 여인이라면 절대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나’의 사랑을 붕괴시킨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내눈에만 아름다운 여인을 거쳐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의문으로 변이한다. ‘나’는 점점 평범한 여자 클로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 순간 사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그것을 유지한다. 사랑이 처음엔 나의 ‘감정’이었다면 이제는 둘의 ‘관계’가 된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는 그저 그런 과정을 지난다. 그리고 ‘나’의 사랑이 끝나기 전에 클로이의 사랑이 먼저 끝난다. 위기를 맞은 ‘나’의 사랑은 다시 ‘감정’으로 돌아간다. 종전의 행복과 안정이 아니라 배신과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그렇게 사랑은 끝이 나고 자살이라는 선택도 실패하고 ‘나’는 다시 산다. ‘나’도 대다수 사람들처럼 ‘클로이’가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모르지만 그냥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을 용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하면서 어쩌면 그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끝도 없이 이상화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