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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개인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가
저자/역자
문유석
출판사명
문학동네 2015
출판년도
2015
독서시작일
2019년 07월 28일
독서종료일
2019년 07월 28일

Contents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나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착각하고 있었다. 개인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뭐 그리 옳음 직한 일이라고 선언이라고까지 거창하게 이름 붙이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완독 후, 내 생각은 바뀌었다. 개인주의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타자와 타협하고 때로는 연대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이 올바른 주체로 바로 서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고 행동에 따른 책임의 경계가 분명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개인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올바른 주체로 서기 위한 노력, 그것을 개인주의라 정의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나처럼 착각한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잘못 받아들여지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잘못 뿌리내린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의 극히 일부분이며 단지 만장일치의 어려움에 따른 차선책일 뿐인 ‘다수결의 원칙’만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다 보니 그게 마치 민주주의의 전부인 양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무슨 문제든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집단생활에 방해가 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간주하여 결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를 위한 수단이 전체주의, 집단주의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았다. 사실 다수결보다도 민주주의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다수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완전히 잊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합리적 개인주의에 관한 이야기였다. 차이에 대한 용인, 소수자 보호, 다양성의 존중은 보다 많은 개인이 주눅 들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말이 참 많이 와닿았다. 다양한 집단에 내가 속할 수 있고 각 집단이 구성원의 수와 관계없이 모두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설령 내가 다수인 어느 집단에서 탈락하여 소수 집단의 구성원이 되더라도 개인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튼튼한 개인을 많이 가진 사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진 사회가 아닌가 싶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던 책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바로 대입 시험인 수능을 저자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 했던 부분이다. 저자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근본적 기반이 흔들린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시모집, 수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이다. 아마도 학력고사를 치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판사가 된 저자의 경험이 그 글을 쓴 바탕이 아닐까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 즉 수능만이 가장 정직하고 시도해 볼 만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 여겨지는 것 때문에 결국은 입시와 관련한 모든 불행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그런 시각을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계층 이동이 가능한, 그리고 정직한 다른 사다리들을 많이 찾아내고 만들어두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수직적 가치관인 대한민국의 서열주의로 인해 개인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입시 제도에서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입시 제도가 평등의 가치에 가까워질수록 서열주의는 심해지고 지금보다 더 심각한 아비규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있었지만,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로 시름하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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