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았을 때는,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러닝(또는 운동) 권장 도서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자기관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도 나와 같이 게으르고, 무기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러닝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또 무기력했던 자신이 어떻게 꾸준히 러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는지 공감이 될 수밖에 없게끔 차근차근 말하고 있다.
늘 기분에 지배되던 몸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기를 통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으므로, 기분은 조절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달리고 올 때마다 나는 나를 믿고 살아봐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15
종종 울적한 기분에 잠식당하곤 하는데, 한 번도 내가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꽤 신선하고 충격적인 구절이었다. 생각해 보면 시원한 맥주 한 잔, 예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것 또한 내 선택으로 얻은 결과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주변 상황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나의 기분 하나만큼은 오롯이 나의 몫이며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과거 작가는 첫 단행본 출간 제의를 받고도 오랜 시간 망설였다고 한다. 잘하고 싶은데 못할까 봐 두려워 머릿속으로는 원고를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모든 걸 망쳐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는 그야말로 ‘걱정 대마왕’이었다. 하지만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한 발짝’을 내디디면 5분만 달리려고 했던 한 발짝이 얼떨결에 30분을 달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러닝은 유년시절 해왔던 체육 수행평가 등과는 달리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며 좋은 결과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이와 같이 달리기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 없이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임한다면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아닌 무엇이라도 도전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영감? 을 받아 집 앞에서 러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철이라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날이 갠다면 10분이라도 혼자 달려봐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이 밖에서 달리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