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행복의 자원으로 여길 수만 있다면, 행복해질 기회는 이미 충분히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고.” (110쪽)
저자는 다시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행복해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귀하게 여기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인플루엔셜)은 김신지 작가가 이십사절기에 맞춰 살아온 1년의 경험을 담아 계절별로 총 4부로 나뉘어 구성된 글이다. 1984년생인 김신지 작가는 10년 동안 잡지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트렌드 미디어 캐릿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계절을 들여다보면 느낄 수 있는 제철만의 기쁨을 발견하게 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도 했고 멀리 떨어진 나라의 하루를 비춰 보기도 하였다. 이어지는 본론에서는 그중 인상 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절기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며 바쁘게 사느라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또 계절을 챙기며 살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철마다 느낄 수 있는 각자의 제철 행복을 알려준다. 절기는 공부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며 내 곁의 계절을 감각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봄이 왔음을 기념하는 나만의 음식으로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망종 전후로 부지런히 바깥을 즐기는 것처럼 계절마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으며 사는 삶 그것이 곧 잘 사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던 것들. 그걸 언젠가부터 까맣게 잊고 살면서 날씨와 계절은 슈퍼컴퓨터가 알려주는 ‘정보’로만 여기게 됐다.”라는 구절은 내가 지금까지 날씨와 계절을 대했던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다. 평범한 하루의 날씨와 다시 돌아오는 계절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매번 소중한 기회이자 그 시간만의 유일한 제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날씨와 계절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내 삶의 한 번뿐인 계절로 여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직접 느껴보며 살아가고 싶다. 계절이 주는 아름다운 장면, 냄새와 소리 그리고 맛을 더 세심히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땅이 얼어 있는 겨울이 지나고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그동안은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되었다. 가을에 떨어지는 잎이 쓸쓸함이 아닌 봄을 품은 잎눈이며 겨울에 내리는 큰 눈이 보리의 이불이라는 말처럼 계절마다 담긴 의미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소중한 자연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자연 속의 변화들은 모두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순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절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앞으로는 자연을 그저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계절 속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늘 살피며 살아가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효율과 속도를 좇으며 바삐 사느라 계절의 흐름을 놓친다. 그러나 이 책은 잠시 멈추어 서서 지금, 이 시절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용기를 준다. 더불어 미래의 행복을 설레며 기다리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계절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기록하며 이전의 나는 특정 계절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확인하고 비교하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나만의 제철 행복을 찾으려 한다. 이 책은 단순한 계절 기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낸 행복을 되찾게 하는 안내서였다. 결국 계절은 언제나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 우리가 그저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이십사절기에 맞춰 우리가 제철에 누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매번 다시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거나 잊고 있던 행복은 언제든 늦지 않게 기회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든 순간은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 또한 그리 다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 자체로 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제철 행복>은 계절을 따라가기 어려운 초심자들을 위한 가이드이다. 일상 속 행복을 잠깐 잊고 있을 때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계절을 더 가까이 느끼며 살아가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