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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10월 28일
독서종료일
2024년 11월 07일
서평작성자
최*탁

서평내용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기억해 보면 작가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책을 쓰는 작가들은(자기개발서 작가를 제외하고는), 어쩌면 문학을 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저마다의 세상에 빠져있어 주위의 소리를 듣지 못 하고 그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말을 끊기 위해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품을 하거나 책을 덮어버리는 시늉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다. 솔직한 건지 객관적인 건지 어떤 느낌에서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작가가 본인의 성별을 직접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작가의 성별도 생각하지 않고 읽었다. 나이도 마친가지이다.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뭔가 반가웠다. 관광을 전공하는 내 입장에서 코로나 상황을 반가워하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서로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라이트하게 풀었던 것 같다. 오히려 좋았다. 읽어가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책에서 사람의 성격이 느껴졌다. 작가의 말에는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번에는 살폈다. 이 작가분은 나랑 성격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청중들이 조는 경우가 있었는데 거기에 ‘피곤하시겠지.’ 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이 작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최근에 나는 날이 서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보거나 다른 사람 발표할 때 딴짓하는 사람을 볼 때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오지랖인건 알지만. 그런 와중에 피곤하겠지라니. 나처럼 날이 서있던 시절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원래 사람이 그런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자주 나오는 부분이 있다.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통조림 포장지에 관한 이야기나, 행동하는 나와 지켜보는 나에 대한 이야기 등.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나의 정체성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20살 때부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해온 나는 카페가 아닌 곳에서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 하물며 어떤 교수님께서는 ‘니 그래가지고 우째 카페에서 일 하냐?’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누구나 on/off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없으면 인생에서 너무 힘들 테지만 나는 그게 너무 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때는 내가 꾸민 공간에 시간을 내어서 방문해 주신 손님들께 내가 만든 메뉴를 내어드리며 조금이라도 편안간 경험을 가져가시기를 바라지만 그게 꺼지면…밖에서 손님을 만난다 하더라도 아마 표정 관리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해석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둘 다 나 자신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몰랐지만 그 모든 모습들은 다 내 모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진짜 내 모습은 바리스타의 나인지 아니면 매장을 벗어났을 때의 나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도 보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가 나인지.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흥미롭다. 어른이들. 성인은 성인인데 어른은 아닌 아이들. 나 같은 사람이 한번 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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