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표지처럼 푸르고 깊은, 슬프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으로써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깃들어 있다. 이야기들은 많은 이별들이 차지한다. 연인 간의 사랑하고 있음에도 미세한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일그러지는 어긋남. 전쟁으로 모조리 파괴되며 추억의 공간과 인연, 일상 가리지 않고 모조리 집어삼켜지는 무자비함. 죽음을 앞둔 이를 바라보며 무엇도 할 수 없는 이의 젖어 드는 듯한 무력함과 우울감.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가 일상의 일부분으로 마주했었거나,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이야기들이다. 그래, 바로 이것. 이 사실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부닥치기도 전에 먼저 좌절하게끔 만든다. 이 소설이 그저 그런 현실을 자각시키기만 하는 글이었다면 절대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토록 푸르고 음울한, 슬픔이 심해처럼 얼마나 깊을지 가늠되지 않는 글이지만 그런 글에는 모두 우리가 아픔과 슬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치들과 이들을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넌지시 건넨다.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이 책은 내가 종종 입에 올리는 여타 수필보다 소설이 이상적인 이유를 잘 보여준다. 삶에 대한 자기계발서와 대단한 인간들의 에세이들은 무척 실용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왠지 ‘타인의 삶’이라는 선이, 제 4의 벽이 존재하는 반면 소설은 ‘가상의 인물’이라는 특징이 읽는 독자가 주인공에 동화되기 더욱 쉽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상상 속의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각들을 느끼는지 더 생생하게 상상한다.
이 소설도 그와 같은 매력을 잘 보여준다. 읽고 있는 순간 만큼은 또 다른 삶을 살며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울렁임과 생각의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로써 이 소설은, 우리가 조금 더 의연하고 담담하게 삶을 견뎌내고 어두운 면보다는 밝고 따스한 삶의 부분에 초점을 둘 수 있도록 만든다.
“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인생은 그런 것이다.
납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으니까.“
삶이 삭막하고 회색 빛깔의 고통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이들에게 권하는 단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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