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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마다의 깨달음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4년 11월 06일
서평작성자
주*주

서평내용

 저자 김연수는 낭독회를 통해 독자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쓴 짧은 소설들을 모아 책을 펴냈다. 2023년 6월 23일 출간된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는 총 20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으며, 각 작품은 우리 일상과 관련된 따스한 물음을 던진다. 다만 그 흐름이 금방 끊겨 충분히 이어지지 않다 보니 몰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을수록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 이야기마다 고개를 내민다는 것이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싸우면서 쪼그라든다.”(p.32, <여름의 마지막 숨결>) 아직 몸도 정신도 채 자라지 않은 그때, 어른들은 아이들의 싸움을 성장의 과정이라 종용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들은 정말로 마찰을 발판 삼아 자랄 수 있는가. 오히려 꺾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눈으로 재단할 수 없는 감정선을 지그시 제시하는 부분이다.

 다만 어른의 눈에서 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명확히 선 그어지는지 알려주는 깨달음이 있다. “그 사연이 얼마나 절실하든 재개발, 용적률, 건폐율 따위의 어휘 앞에서 개인의 사정이란 한없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 세상의 변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p.22,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우위의 집단이 결정한 일에 손도 댈 수 없다는 무력감. 분명 한때 세상의 보호 속에 있었는데, 이제는 차가운 현실로서 마주한다는 냉소감. 이런 것들을 체화하며 결국 무던해지는 게 아닐까.

 “나에게는 없는 게 친구에게는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행복한 아이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되었다.“(p.51, <첫여름>) 모든 나이대를 아울러 가장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불행, 비교. 오죽하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말이 유난히 익숙하겠는가. 남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에너지는 필요 이상으로 소모되고,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도 부족하지 않다. 내가 가진 내 몫의 떡을 다시금 떠올려 보자. 이미 거기에 행복이 들어 있을지 모르니까.

 이외에도 흥미로운 인생관이라든가, 생각해 볼 지점을 꽤 던져두는 소설이지만 단편의 길이가 짧다 보니 그 흐름이 얼마 못 가 끊기고 만다. 또한 추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뤄 그 모든 해석을 독자에게 떠넘기는 느낌마저 들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 그것이 귀결되어 잊고 살던 한때의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사유를 찾아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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