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어느 단 하루였다. 그은, 김연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하는 것이 되었으면 싶어 했다. 산문 대신 소설을, 강연회보다는 낭독회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낭독을 끝낸 뒤엔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청하며 그의 얼굴을 본다. 이 순간에 작가는 확실한 한 가지를 느꼈다.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바로 그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298p)
이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진정 대화한다는 것, 작가는 이런 얼굴들이 있기에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답한다.
나는 부모님의 소중한 자식이다. ‘그러므로’ 부모님은 항상 내게 자신들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 앞 문장에서 ‘그러므로’란 말이 당연한 걸까?
부모님께서 나에게 세상의 빛을 처음 보여준 계절은 늦여름이었다. 나는 이날을 기준으로 부모님과 같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선 나를 처음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를 선물이나 경이롭다고 생각하셨을까? ‘혹시 내가 너무 무거운 책임감의 시작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계속 자라면서 매번 다른 것을 사랑했고, 좋아했고, 그것을 행해왔는데, 그럼에도 부모님께선 항상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때때로 나에게 내리는 시린 눈을 막아주기도 하며, ‘사랑’이라는 하나의 작은 눈덩이를 계속 굴리고 굴렸다. 그들이 준 호의 덕분에 나는 ‘관계성의 물’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남들에게 관계성의 물 한 잔을 줄 수 있었다.
2020년 여름은 나에게 있어선 최악의 여름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불화, 성적의 하락으로 인해 정말 힘들었던 시기인 인 이때, 나는 부모님과 이에 대해 소통하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치 끊어져 버린 종이컵 전화기처럼 내 얘기는 부모님께 닿질 못했고, 그날의 나는 내가 들고 있던 종이컵 전화기마저 놓아버렸다. 그 뒤론 나 또한 책에 나오는 한 주인공(서지희 씨)럼처 ‘가정의 지옥’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는 나의 삶을 더 깊숙한 곳으로 내몰았고, 점차 나는 내가 서 있을 땅이 없다고 느꼈다. 내가 서 있을 땅이자 나의 의지는 한없이 작아졌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보였다. 종이컵 전화기는 애초에 끊어진 적이 없었단 것을. 부모님은 점점 사라져가는 나를 존재시키기 위해 끝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계속 멀어지려 해도,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다가왔다. 그러고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셨다.
이 책은 독자가 살아가면서 조금 두려운 시기가 있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새롭게 생겨나는 수많은 지혜들이 힘든 독자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독자들을 저절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이대로 흘러가는 세상은 아주 완벽하다고 말해준다. 그저 어떠한 갈망이나 혐오도 없이 고요하게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말해준다.
이 책은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어떤 이야기는 기쁘다. 모든 이야기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할 순 없지만,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